19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 출신인 김정우(고려대 2년)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조민국 감독은 두 여자와 뜻하지 않은 여행을 해야 했다. 바로 김정우의 어머니, 누나와 함께 3일 동안 지방을 떠돌아다닌 것.
여행의 목적은 김정우를 향한 각 프로 구단의 애끓는 ‘러브콜’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결국 드래프트 기간을 넘긴 후 서울로 돌아온 조 감독은 지방에서 보낸 3일이 30년은 된 듯 길고 긴 시간이었다고 회상한다. 이천수(울산 현대)를 두고는 안양LG와 질긴 줄다리기를 벌여야 했다.
그러나 무차별 돈 공세를 펴는 프로와 감정에 호소하는 대학과의 사이에서 이천수의 아버지는 조 감독 손을 들어줬다. 특히 암으로 투병중일 당시 고려대측에서 이천수의 아버지를 대학병원에 입원시켜 수술과 치료비 전액을 제공하며 큰 감동을 선사한 것이 주효했다. 최성국(고려대 2년)의 경우엔 타깃을 잘 잡은 케이스.
보통 선수를 스카우트 할 때 주체가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한데 최성국은 선수 자신도, 부모도 아닌, 고등학교 감독이었다. 프로팀에서 열심히 최성국의 부모와 선수를 상대로 ‘입질’하고 있을 때 조 감독은 정명고등학교 박이천 감독을 만나 최성국을 고려대에 보내달라고 지속적인 부탁했다.
결국 최성국의 진로에 절대적인 키를 쥔 박 감독의 추천으로 고려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한 번은 스카우트 대상에 올려놓은 선수 부모의 치아를 치료해 준 적도 있었다. 당시 조 감독은 그 부모와 치과를 빈번히 드나들며 이런 자괴감이 들었다고. “우리 부모님 치아도 안좋다고 하시던데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 4년간 선수 스카우트를 통해 갖가지 경험을 한 조 감독은 끝으로 이런 말을 남긴다.
“좋은 선수를 스카우트하기 위해선 쓸개를 집에다 두고 다녀야 한다”고.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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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사 ( 2024.10.27 16: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