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 조민국 감독 사진=우태윤 기자 wdosa@ ilyo.co.kr | ||
그동안 언론을 통해 해외 이적 과정에서 학교가 배제된 데 대해 차두리나 아버지 차범근씨가 직접 학교를 찾아와 해명하고 순리대로 일을 풀어나가라고 일관된 주장을 펴왔던 것과는 달리 조 감독은 순순히 ‘십자가 지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고려대 감독으로 부임한 뒤 4년 동안 여러 명의 국가대표를 배출하고 차두리 이천수 최성국 등 내로라하는 스타플레이어를 제자로 둔 조 감독이지만 그 뒤안에서 느끼고 삭히는 아픔과 절망은 의외로 크고 넓었다.
지난달 30일 전격적으로 이적동의서가 발급되기 전까지 핫이슈가 된 차두리 문제와 이천수의 프로 입단에 얽힌 뒷얘기, 스카우트 비화까지 조 감독의 솔직 대담한 인터뷰를 정리해본다. 기자가 조 감독을 만난 것은 지난달 28일. 30일 모든 일이 해결되기까지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던 터라 조 감독은 처음 차두리 문제가 거론되는 걸 원치 않았다.
기자의 계속된 질문에 자연스럽게 대답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불편한 기색이었다. “두리는 학교로부터 혜택을 많이 받은 선수 중 한 명이다. 아마추어 선수 신분으로 CF 모델로 나서기도 했고 4년 동안 특별장학금을 받을 만큼 학교의 배려와 기대는 컸다. 그렇다면 학생된 도리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어야 했다.” 조 감독은 이번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충분한 대화가 없었다는 점을 꼽았다.
▲ 차두리 | ||
차두리측에서 독일 진출 자체가 입단과도 연결될 수 있음을 학교측에 주지시켰어야 했는데 표현력의 부족으로 그런 과정이 생략된 사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물론 난 차두리가 독일에 들어가면 나오기 힘들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차 감독과도 얘기를 나눴었다.
나도 얼마든지 도와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가 도와주기 이전에 차 감독이 먼저 학교에 분명한 의사표명을 했어야 했다. 학교에선 그 부분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다.” 조 감독은 해외 진출에 성공한 선수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이적동의서를 핑계삼아 발목을 붙잡는 것처럼 보이는 현 상황에 대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조 감독은 고려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스승 중 한 분이 ‘어려운 때일수록 돌아가라’는 충고를 한 적이 있다. 나도 두리에게 그 말을 하고 싶다. 지금까지 탄탄대로를 걸으며 별다른 어려움이 없이 살아온 인생에서 현 상황들이 섭섭하고 불만스럽더라도 나중에 생각하면 큰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학교에선 그런 걸 가르치고 싶어한다.” 만약 학교가 언론에 보도된 대로 발전기금 2억원을 받기 위해 벌인 행각이라면 조 감독은 당장 사표 쓰고 물러날 각오가 돼 있다고 한다.
2억원이란 돈 때문에 외국에서 고생할 선수에게 딴지를 거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학교가 욕을 먹으면서까지 결정을 미루는 것은 프로가 아닌 대학이기 때문이다. 일을 빨리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순서를 무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난 개인적으로 학교가 사회 경험이 적은 두리에게 아주 좋은 인생의 배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 감독은 조만간 이 문제가 좋게 매듭지어질 것이라고 암시했다.
결국 고려대는 지난달 30일 이적동의서를 발급해줬고, 차두리는 지난 1일 소속팀의 원정경기에서 후반 교체투입돼 맹활약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