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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의 사생활에 대해선 부모 보다 더 잘 알 수밖에 없는 ‘바늘과 실’과 같은 존재다. 때론 선수의 아킬레스건을 쥐고 있기도 한 매니저들의 눈을 통해 스타의 사생활을 들여다본다. 잘 나가는 선수의 매니저 A씨는 어느날 새벽에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B선수의 아내였다. 전화 내용인즉 남편이 자정 무렵 전화를 걸어선 매니저 A씨와 술을 마신다고 했는데 지금 옆에 남편이 있냐는 것이었다. 잠이 덜 깬 A씨는 처음엔 무슨 소린가 싶다가 순간 정신이 번쩍 돌아왔다. 어떻게 수습을 해야할지 잠시 난감해하다 지금까지 B와 같이 술을 먹다가 금방 헤어졌고 B는 친구와 함께 해장국 먹으러 갔다며 얼버무렸다.
B선수의 아내는 긴가민가하는 듯했지만 남편 휴대폰이 연결되지 않는다며 혹시 연락이 되면 집으로 전화해달라는 부탁을 잊지 않았다. A씨는 “B의 아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아마 나일 것이다. 허구한날 나와 술 먹는다며 집에 늦게 들어가거나 아예 안들어가는 일이 많다보니 뒷감당하기가 여간 벅찬 게 아니다. 요즘 신상 문제가 꼬이는 바람에 술을 자주 찾는데 운동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 걱정”이라며 장탄식을 늘어놓았다.
B가 새벽녘 술만 마시는지 아니면 다른 ‘사업(?)’도 하는지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유명한 C선수의 결혼 전 스토리다. C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기 전에 오랫동안 애인 사이로 만났던 여자가 있었다. 동거까지 갔지만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결국 헤어지게 됐는데 아내와 결혼을 앞두고 동거녀가 모든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선전포고를 해왔다. 다급해진 C는 매니저에게 SOS를 쳤고 매니저는 동거녀를 만나 갖은 방법을 동원해 설득과 회유 작업에 들어갔다.
결국 거액의 위자료를 주는 것으로 동거녀는 더 이상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지 않았고 C는 무사히 결혼식을 치렀다. 사랑스런 아내와 신혼여행을 떠나기 전 C가 상기된 목소리로 매니저 휴대폰에 남겨둔 메시지가 걸작이다. “형, 나, 형의 은혜 평생 잊지 못할 거야. 형, 정말 사랑해!” 이런 황당한 일도 있다. 유명 스포츠 매니지먼트사에서 일하는 D씨는 어느날 아마추어계에서 제일 인기 있는 한 선수의 방문을 받았다. 그는 D씨에게 자신의 매니저가 돼달라며 계약만 해주면 열심히 운동에 전념하겠다는 간절한 부탁을 해왔다.
그 선수의 장래성을 높이 산 D씨는 앞으로 시간이 많으니 계약은 천천히 하고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랬더니 수제양복점으로 유명한 한 테일러의 이름을 거론하며 거기서 양복을 맞추고 싶다는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D씨는 즉시 선수와 함께 그 테일러를 방문, 수백만원대의 양복을 맞춰줬고 술을 먹고 싶다는 말에 강남의 유명 단란주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중에 계산해보니 술값만 2백만원이 넘게 나왔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며칠 뒤부터 선수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고 계약하러 사무실에 오라고 메시지를 남겨도 묵묵부답이었다. 그런 가운데 D씨는 한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선수가 다른 매니지먼트사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이 실린 것이다. D씨는 혹시나 싶어 양복점으로 전화를 걸었다. 선수가 양복을 찾아갔는지를 물었는데 어제 와서 양복을 가져갔다는 주인의 대답이 들려왔다. 최근 그 선수는 여자 연예인과의 핑크빛 스캔들에 휘말린 적이 있다. 월드컵 태극전사중 한 선수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E씨는 “선수 때문에 본 영화를 또 본 적도 있다.
정말 보고 싶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동행해주는데 가서 자는 일이 다반사”라고 하면서 “운전기사로, 로드 매니저로, 해결사로 변신할 때가 많지만 그래도 선수와 인간적인 신뢰가 없으면 이 일도 못해 먹는다”며 선수와 매니저와의 신뢰를 가장 중요시했다.
그러나 어떤 매니저는 선수의 반짝 인기에 편승해서 각종 CF와 방송 출연, 인터뷰, 심지어 해외진출 문제까지 번갯불에 콩 볶듯이 급하게 처리하려다가 체해서 사단이 나는 케이스도 있다. 그 매니저는 선수의 가치를 ‘한철 장사’로밖에 평가하지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