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박·원박·가박·짤박…신박들 충성경쟁 가세
‘진박’은 대통령의 두터운 신뢰 속에 임기 후반을 확고하게 지탱할 세력. ‘가박’은 박 대통령의 공천으로 금배지를 달았지만 이후 비박 행보를 보이는 이들을 일컫는다. 선거철이면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박 대통령의 이름을 팔고 다닌다는 ‘용박(박근혜 이용)’도 있다. 지난 10일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민을 위해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한 것에서 진박이 탄생했고 이에 대립하는 가박, 용박이 더해진 듯하다.
여의도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 관련 정치인들이 ‘어떤 박’에 해당하는지 직접 맞춰보기도 한다. 친박용어는 크게 박 대통령과의 친밀도로 분류할 수 있다. 친박에 해당하는 계파는 ‘원박, 신박, 강박, 옹박’ 등으로 세분화된다.
‘원박’은 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거나 박 대통령을 초지일관 지지하는 원조 친박이다. 대표적 인물로는 서청원 이정현 김을동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있다. 친박의 맏형으로 불리는 서청원 최고위원은 비박의 대표주자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지난해 당 대표직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해 오는 총선을 위한 공천 룰에서도 서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원박은 아니지만 뒤늦게 친박에 합류해 원박 못지않은 충성도를 보이는 이들은 ‘새로운 친박’, 즉 ‘신박’이다. 신박에는 원유철 원내대표, 이인제 의원, 조윤선 전 의원 등이 있다. 비박이던 원유철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사퇴하면서 원내대표직에 합의 추대됐으며 스스로 신박임을 자처한 것으로 유명하다.
강성 친박의 줄임말인 ‘강박’과 박근혜 옹위부대라는 ‘옹박’에는 박 대통령의 정책을 수행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문종 의원이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최 부총리는 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총괄해왔고 이제는 지역구(경북 경산·청도) 출마를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홍 의원은 친박을 염두에 둔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을 주장해 야권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반면 애초에 친박이었으나 박 대통령과 대립하는 과정인 ‘탈박(이탈한 친박), 쫓박(쫓겨난 친박), 멀박(멀어진 친박), 짤박(잘린 친박)’등의 과정을 거쳐 비박계로 자리 잡게 되는 경우도 있다. 유승민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2005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이던 시절 대표비서실장으로 발탁돼 원박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지난해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선출된 이후 연말정산과 건강보험료 파동 등 박 대통령의 정책에 대립하며 ‘멀박’이 됐다. 이어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박 대통령과 대립하던 유 의원은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박 대통령이 유 의원을 겨냥한 듯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고 언급한 이후 ‘짤박’ 혹은 ‘쫓박’으로 굳게 자리매김했다.
김무성 대표 역시 지난 2005년 박근혜 대통령이 발탁한 원박이다. 그러나 지난 2009년 세종시를 경제과학중심도시로 수정하려던 세종시 수정안 문제에 조건부 찬성을 하다가 ‘파문’을 당해 탈박이 됐다. 이후 2012년 대선 당시 총괄선대본부장으로 돌아와 ‘복박(돌아온 친박)’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당대표를 역임하며 박 대통령과 입장차를 갖게 돼 ‘탈박’의 행보를 걷고 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더욱 다양해진 친박용어에는 기존 친박-비박 구도에서 나아가 박 대통령을 둘러싸고 서로 측근이 되려는, 충성경쟁이 심해진 새로운 상황을 반영한 듯하다”며 “특정 계파의 가치는 정책과 정치 철학에 대한 경쟁을 하면서 다양해져야 선순환 구조를 갖게 되는데 지금의 여권 내 보이는 계파는 더 많은 권력을 갖기 위한 경쟁으로, 부정적이며 많은 한계점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