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선 패권정당 체계 심화, 정치권선 정계특위 책임론 거론…시흥시장 국힘 무공천 사태 장동혁 비판받아

무투표 선거구 307곳에 등록한 후보자는 513명이다. 민주당 306명, 국민의힘 197명, 진보당 1명이다. 중앙선관위는 비례·기초의원정수 조정에 따라 504명이 투표 없이 당선될 것으로 추정했다. 선거일까지 후보 사퇴 등 여러 변수에 따라 최종 무투표 당선자 수가 정해질 전망이다.
이 수치는 738명의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던 2회 지방선거 이후 두 번째로 많다. 그동안 기초자치단체장과 광역·기초의회 의원, 교육의원 등을 포함한 무투표 당선자 수는 전반적으로 증가세를 보여왔다. 4회 지방선거 48명, 5회 125명, 6회 196명, 7회 89명, 8회 509명이었다. 8회 지방선거에서는 7회 지방선거보다 약 5.7배 급증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세헌 경북대 정외과 교수가 쓴 논문 ‘지방선거의 무투표당선 실태 및 입후보자 증대 방안(2022년 8월)’에 따르면 무투표당선 급증 원인으로 소선거구제와 2인 선거구 구조, 거대 양당 중심 정치 고착화 등이 꼽혔다. 8회 지선에서 기초의원 지역구 소수정당 후보는 979명(7회)에서 238명으로 급감했다. 논문은 7회 지선 때 바른미래당이 전국적으로 569명의 후보를 내며 경쟁 구도를 형성했던 점을 언급하며 “양당 체계가 강화될수록 무투표당선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8회 지방선거 무투표당선인 명부를 보면 광주·전남·전북에서 125명의 민주당 소속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다. 이 지역 국민의힘 무투표 당선자는 없었다. 반면 TK(대구·경북)·PK(부산·경남)에서는 국민의힘이 102명을 배출했다. 민주당 소속 무투표 당선자는 27명 선출됐다. 이중 기초단체장 무투표당선은 TK와 광주·전남에서 나왔다. 대구 중구 및 달서구, 경북 예천군, 광주 광산구, 전남 해남군 및 보성군 등 6곳이다.
1명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로 치러지는 광역의원 선거에서도 무투표 당선자 배출 선거구는 텃밭 지역에 쏠렸다. 779곳 중 108곳에서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고, 호남 59곳, TK·PK 43곳으로 집계됐다. 지역 기반이 약한 소수정당·무소속 후보들이 선거비 보전조차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논문은 특정 정당이 지역 정치권력을 사실상 독점하는 ‘패권정당 체계’가 무투표 당선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다른 정당이 존재하더라도 실제 선거 경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구조라는 뜻이다.
8회 지방선거 때 기초의원 선거 무투표 당선은 2인 선거구에 집중됐다. 2명을 뽑는 선거구인데도 거대 양당이 서로 후보를 1명씩만 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2인 선거구 543곳 중 무투표 당선 선거구는 136곳(25%)에 달했다. 이 중 117곳에서는 두 거대 정당은 각각 한 명만 공천했다. 겉으로는 여러 후보가 경쟁하는 중선거구제지만, 결과적으로 양당이 의석을 하나씩 배분받는 구조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6·3 지선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는 양상이다. 호남의 무투표 당선자 118명 중 117명이 민주당 소속이었다. 1명은 진보당 소속이다. 지역구 기초의원 기준 소수정당 후보는 49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8회 지선보다 약 2배 증가했지만, 7회 지선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치다.

그 결과 소수정당 후보자들은 다시 전과 같은 열악한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고 있다. 정의당 소속 이상욱 강서구 의원 후보자는 “거대 양당은 선거 비용 보전을 당연히 받을 거니까 유세차량 이런 것들을 다 사용한다. 유급 사무원도 총원을 꽉 채운다. 여론조사도 돌릴 수 있다. 조직이나 정보가 있어 당원들에게 전화 한 통만 돌려도 10%는 나온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소수정당은 그런 비용을 쉽게 사용하지 못한다. 시각장애인 점자 공보물도 제작을 못하고 있다. 국가가 비용을 보전해 주지만, 사후 보전 방식이다. 우리는 선대본부장과 수행 둘뿐이다. 선대본부장이 선거 사무를 다 하고 있다. 사람 대면 접촉, 홍보 등 다른 업무를 할 수 없다. 여론조사는 불가능하다. 후보와 수행이 거리에 나가 사람을 만나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다. 각오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정개특위가 무언가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거대 양당이 나눠먹기를 하기 때문에 양당 구조 속에서 정개특위에서는 어떤 노력도 물거품이 된다”고 말했다. 손솔 진보당 수석대변인도 “정치개혁 실패가 부른 대참사”라며 “선거운동 시작도 전에 수많은 지역 유권자들의 투표권은 박탈당했고, 주민들의 최소한의 검증 기회조차 뺏겼다”고 지적했다.
정태호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무투표 당선은) 헌법상 어긋나는 점은 없지만,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경쟁이 있어야 썩지 않는다. 서로 감시하고 정책 경쟁도 이뤄진다. 또 책임도 물을 수 있다. 그런 구조가 사실상 와해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기 시흥시장 국민의힘 무공천 사태는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 논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당내 혼란 속에서 국민의힘은 후보조차 내지 못했고, 결국 민주당 후보의 무투표 당선이 확정됐다. 수도권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 기초단체장 무공천 사태는 1995년 지방선거 도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민주당 경기도당은 “단순한 공천 실패가 아니라 시민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 자체를 포기한 것이며, 공당의 책임을 내려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 엄중한 시점에 경기 시흥시장 선거에서 우리 국민의힘이 후보조차 내지 못해 무투표 당선을 허용하게 된 현실은 국민과 당원들께 너무나 참담하고 송구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인구 50만 이상 기초자치단체 공천은 장동혁 대표 주도로 국민의힘 중앙당이 맡았다. 한 수도권 국민의힘 의원은 “시흥 갑·을 위원장에도 알아본 것 같다. (두 위원장이) 출마를 안 하겠다 했다”고 전했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후보가 없었다”고 했다.

정가에선 일종의 ‘국민의힘 사막화’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보좌관은 “의원도 있지만 기본은 지방의원들과 지자체장이 조직이 가장 큰 조직이다. 선거를 안 뛰면 그 조직과 사람들이 떠난다. 나중에 후보가 나와도 무얼 어떻게 하기가 어렵다. 후보를 못 내면 이제 이 당은 별 볼 일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은 험지에서도 도전자가 나오는 상황이다. 8회 지선에서는 TK·PK에서 민주당 소속 무투표 당선자는 27명이 선출됐다. 이번엔 이곳에서 민주당 당선자가 36명이 나왔다. 특히 경북 지역에는 기초의회 지역구 105곳 중 69곳, 광역의회 지역구 56곳 중 18곳에 후보가 공천됐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우스갯소리로 (경북에서) 지방선거 때 후보 낸다고 경선해 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처음 경선 실무하느라 힘들어 죽겠다는 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