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레이드 파동 끝에 기아에 둥지를 튼 손혁(오른쪽)과 얼 마전 이적한 방동민 등 두 LG출신 투수의 부상에 대해 말 들이 많다. | ||
우선 두 선수 모두 LG에서 기아로 트레이드 되었다가 ‘화’를 당한 대표적 케이스다. 방동민은 기아로 온 지 이틀째 되던 지난 3일 3분의 2이닝만을 소화하고 내려갔다. 기아구단에 트레이드 됐다는 ‘서운한 감정’ 때문일까. 방동민은 전날 최고 구속 1백47km를 던졌고 LG에 ‘뭔가 보여준다’는 정신으로 더 세게 던졌다고 한다. 그 결과 왼쪽 팔꿈치 근육이 ‘뻑’하는 소리와 함께 끊어졌던 것.
방동민이 부상하자 기아쪽에서는 LG가 하자있는 ‘불량선수’를 판 게 아니냐며 의심하는 분위기다. LG가 방동민의 부상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방동민도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이에 대해 LG측은 “방동민은 기아에 가기 전날까지 2군에서 잘 던지고 있었고 ‘웃자란 팔꿈치’도 던지는 데 크게 방해되지 않았다. 이번 부상은 한마디로 ‘오비이락’이라고 보면 된다. 의도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기아측은 “LG가 방동민의 인대 이상을 알고 있었으면서 말을 해주지 않았다면 이것은 ‘상도덕’에 어긋나는 것이다. 트레이드를 협의 할 때는 상대 선수를 구단이 접촉할 수 없기 때문에 선수 정보에 대해 낱낱이 다 알 수는 없다. 방 선수 인대 손상의 원인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오자마자 부상을 당해 분위기가 그리 좋지는 않다 “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 정형외과에 입원중인 방동민은 수술 걱정 때문에 ‘트레이드 논란’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는 듯했다. 방동민은 트레이드 소감에 대해 “사실 LG팀을 떠나고 싶었다. 2군에 있는 것보다 다른 팀 1군에서 기회를 잡는 게 낫다”고 말했다. LG는 승수쌓기를 중요시하는 탓에 투수 로테이션이 잘 안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또한 문제가 되고 있는 부상에 대해 “솔직히 LG에 있었을 때 나서서 팔꿈치 뼈를 치료했더라면 이번에 이런 일이 없었을 수도 있다”며 아직 어린 나이기 때문에 ‘걱정 없다’는 모습을 보였다.
바로 옆방에서 수술을 받고 회복중인 손혁은 2000년도에 LG에서 해태(현 기아)로의 트레이드를 거부하면서 1년 간 방랑을 하다 이번 시즌에 기아에서 새롭게 공을 잡았다. 작년 3월 첫 LG 대 기아전에서 ‘보란 듯이’ 공을 뿌리다 어깨에 무리가 왔고, 지난달 31일 롯데전에서 부상이 악화, 수술을 받게 된 케이스. 다행히 수술 경과가 좋아 시즌 포기에도 불구하고 얼굴에서 그늘은 찾을 수 없다. 손혁의 첫 부상은 친정 LG와의 시합에서 방동민과 마찬가지로 너무 ‘열심히’ 던져 일어났다. 그러다가 1년 동안 쉬면서 어깨가 제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던졌기 때문에 이번에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 것이다.
LG에 대한 손혁의 감정은 차라리 홀가분하다. LG에서 떠날 수 없어 야구를 그만두어야 했던 그는 오히려 트레이드 파동 때문에 얻은 것이 많다고 한다. 이상훈과 이대진이 다시 야구를 시작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줬다. 이상훈은 무뚝뚝한 성격대로 미국에서 전화를 해 “너 야구 그만 둘거면 나 보지마”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손혁은 막상 미국으로 건너 갔지만 이상훈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그러나 어렵사리 이상훈을 찾아가자 이상훈은 밤을 새워가며 손혁에게 충고를 해줬다고 한다.
이대진은 손혁을 기아에 정착시킨 고마운 친구다. 이대진도 똑같은 부위에 수술을 두 차례나 받은 터라 동병상련을 느꼈기 때문이다. 김병현도 손혁이 미국에서 재활훈련을 할 수 있도록 초대했다. 손혁은 “투수 전성기가 28~29세인데 이럴 때 쉬어 안타깝지만 그만큼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며 문병 온 팬들과 이야기꽃을 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