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춘 한국능률협회(KMA) 상임교수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거의 전부가 스마트폰을 검색하고 있다. 슬쩍 남의 스마트폰을 곁눈질 해 보면, 뉴스나 스포츠 아니면 연예계 소식을 보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편리함은 소통보다는 단절을, 스스로 생각하는 사색보다는 남들이 만들어 놓은 정보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검색문화를 만들어 놓았다.
검색(檢索)은 정보 그 이상이다
검색(retrieval)이란 다양한 매체 속에 축적되어 있는 정보를 찾아내는 것을 말한다. 검색은 그래서 정보검색(information retrieval)이라는 말로도 불리어 진다. 정보검색은 원하는 정보에 관한 사실을 찾는 사실검색(fact retrieval)과 어떤 사실과 관계되는 문헌을 찾는 문헌검색(document retrieval)으로 나뉘어 진다.
정보검색이 사실검색이든 문헌검색이든 간에 그 정보는 철저하게 가치중립적이다. ‘옳다 그르다’라는 판단 없이 사실관계에 충실한 것이 생명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정보 속에는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사실 그 자체를 넘어선 다양한 가치판단이 내재된 경우가 허다하다.
사색(思索)은 필터링 능력이다
검색의 원래 기능이 사실정보나 문헌정보 그 자체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치판단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우리에게는 필터링(filtering)을 통해 정보를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이 필연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검색기능의 눈부신 발달은 우리의 필터링 능력을 신장시키기는커녕 필터링 능력 자체를 무력화 시키고 있고 심지어 무분별하게 악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자극적인 정보에 더 주목하고, 한번 주목된 정보는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그대로 대중들의 ‘믿음’이 되어 버린다. 대중들은 보이는 대로 그냥 볼 뿐인 것이다.
대승불교를 체계화한 나가르주나(漢字로는 龍樹)는 우리에게 필터링 능력이 없음에 대하여 기가 막힌 통찰력을 제공한다. ‘눈은 스스로를 보지 못한다. 하물며 다른 것을 어떻게 볼 수 있겠는가?’
사색(思索)하는 능력의 강화
검색이 사실검색과 문헌검색 이상을 넘어서는 안 되고, 오로지 사색하는 능력만이 ‘올바른 판단’에 이르도록 한다면 사색하는 능력을 강화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사색은 뭐니뭐니해도 독서하는 힘에서 나온다. 인터넷을 떠도는 허접한 지식만 아니라면 사실 무슨 책이라도 좋다. 일단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나서, 자기 생각과 느낌을 덧붙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적어도 5년, 10년 정도 이런 습관을 들일 수만 있다면 틀림없이 ‘자기만의 사색능력’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혹 독서가 여건상 어려운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독서보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며, 술 담배를 즐기며 사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무엇이 되어도 좋지만, 자신이 즐기는 일에 관하여 그 때 그 때 드는 생각을 적어 보는 것이다. 이 또한, ‘자기만의 사색능력’을 키울 수 있다. 설령 그것이 ‘개똥철학’이라도 말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비판단적 인식’에 오래 머무는 것이다. 자기 주변에 일어나는 수 많은 일들에 대해 너무 성급하게 판단할 것이 아니라, 천천히 ‘사색하며’ 판단해도 늦지 않다. ‘비판단적 인식’에 능한 사람일수록 오히려 판단능력이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사색(思索)하라고 해서 사색(死色)이 될 필요는 없다. 진짜 사색(死色)이 되는 순간은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의존하고 자신은 나태하게 수수방관할 때 갑자기 온다.
글 최경춘 한국능률협회(KMA) 상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