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어 보여줘도…믿을 수가 없다구요?
자연산 가슴임을 자랑하던 유승옥은 MBC <다큐스페셜 - 머슬녀 전성시대> 출연 당시 겨드랑이 부위 수술 흉터를 애써 가리려는 듯한 자세를 보여 성형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방송 화면 캡쳐.
지난 1월 SBS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에 ‘몸매 종결자’로 등장한 유승옥은 대한민국 남성들의 관심을 한몸에 사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유승옥은 키 172cm, 몸무게 58kg, 신체사이즈 35-23.5-36.5의 완벽한 8등신 몸매로 그동안 주목받아온 섹시스타들마저 ‘초딩 몸매’로 만들 만큼 위협적이었다.
케이블채널 온스타일 예능프로그램 <더 바디 쇼>에서 유승옥은 자신의 가슴 사이즈가 ‘D컵’임을 공개했다. 그동안 유승옥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여성 출연자들로부터 “자연산 가슴이 맞느냐”는 질문을 줄곧 받아왔으나 “직접 만져봐라”며 자연산 가슴임을 자랑하곤 했다.
지난 8월 24일 MBC <다큐스페셜 - 머슬녀 전성시대>는 세계머슬마니아대회에서 동양인 최초로 ‘커머셜 모델부문 톱5’에 선정된 유승옥을 출연자로 내세웠다. 하지만 성형 의혹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방송에서 가슴 성형으로 의심될 만한 겨드랑이 부위의 흉터가 노출되고 만 것. 심지어 머슬녀로 출연한 배은주, 김세희, 차은교 선수가 단정하게 머리를 묶은 채 운동 동작을 선보인 반면 유승옥은 긴 머리를 양 갈래로 나눠 애써 겨드랑이 부위의 수술 흉터를 가리려는 듯한 모양새로 비춰지기도 했다.
방송 직후 유승옥의 소속사인 프로페셔널엔터테인먼트 측은 “겨드랑이 부근의 블랙탄(몸에 바르는 검은색 액체)이 마치 가슴 수술 흉터처럼 방영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유승옥의 성형 의혹에 대한 과거 발언을 문제 삼으며 진실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유승옥 측이 언론에 공개한 유방초음파와 단순 흉부 방사선 검사 영상.
급기야 유승옥은 방송 4일 만인 8월 28일 보형물 미삽입 증명 자료를 언론에 공개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정형외과 병원에서 촬영한 단순 흉부 방사선 검사와 타원에서 촬영한 유방초음파 영상을 전문의 진단서와 함께 공개한 것. 진단서에는 ‘단순 흉부 방사선 소견과 타원(전문 방사선과)에서 검사한 초음파 유방 촬영 소견을 종합하여 판단한 결과 가슴 보형물이 없음을 확인하였습니다’고 적혀 있어 성형 의혹을 둘러싼 진실공방은 일단락됐다.
이에 MBC <다큐스페셜>을 제작한 외주제작사 트럼프미디어 관계자는 “가슴 성형 의혹을 제기할 나쁜 의도는 없었다”면서 “유승옥의 소속사에서 유감이라는 입장을 보여서 사과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유노외과의원 민호균 원장(유방외과 전문의)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유승옥이 제출한 보형물 미삽입 증거자료가 불충분하다는 의사를 밝혔다. 민 원장은 “CT 촬영을 했다면 보형물 삽입 유무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었을 텐데 CT 자료라고 내민 자료가 시술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다른 진단이었다”면서 “의학 전문지식이 부족한 대중을 현혹시킨 결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른 유방전문의들 역시 유방의 보형물 삽입 유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유방초음파나 단순 흉부 방사선 검사가 아닌 CT, 유방촬영, 유방 MRI를 촬영했어야 했다고 설명한다. 가슴 성형 의혹을 받았던 장윤주는 지난 4월 SBS <SBS 스페셜> ‘장윤주의 가슴 이야기’ 편에 출연해 유방촬영을 함으로써 자연산 가슴임을 증명해 보였다.
보형물이 있는 여성의 유방촬영 영상(왼쪽)과 보형물이 있는 여성의 단순 흉부 방사선 검사 영상(오른쪽).
실제로 유승옥 소속사 측이 언론에 공개한 증거 자료는 CT가 아닌 유방초음파와 단순 흉부 방사선 검사였다. 유방초음파는 유방암 검진, 단순 흉부 방사선 검사는 폐암 검진의 기본 검사에 활용되는 검사다. 특히 유방초음파는 극소 부위를 확대해 검진하는 검사로 유방의 전체 부위를 관찰하기는 용이하지 않으며, 단순 흉부 방사선 검사는 가슴 촬영 위치에 따라 보형물 삽입 부위의 명암 조절이 가능하다는 유방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즉 두 검사로 보형물 삽입 유무를 확진하기에는 불충분하다는 것. 또 진단서를 작성한 병원은 유방진료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영등포구 신길동 소재의 한 정형외과였으며, 담당의도 유방전문의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기자는 진단서를 작성해준 담당의에게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담당 간호사를 통해 “진단서에서 밝힌 내용 이외에는 어떠한 말도 해줄 말이 없다”고 전하면서 인터뷰를 거절했다.
유승옥 측이 8월 28일 언론에 공개한 정형외과 전문의의 진단서.
유승옥에게 진단서 작성 병원을 소개했다는 지인은 “CT를 촬영하려 했으나 예약자가 많아 며칠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여 급하게 준비했던 것”이라면서 “유승옥은 가슴 성형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편 공개된 유방초음파 영상에서도 의문점이 나타났다. 기자는 유방외과 전문의를 만나 유승옥이 공개한 유방초음파 영상 4장을 판독해봤다. 여기서 대흉근으로 추정되는 구조물이 문제가 됐다. 보통의 경우 대흉근은 유방 윗부분에서 촬영한 유방초음파 영상에서 포착된다. 그렇지만 유승옥이 공개한 유방초음파 영상을 보면 마커가 7시, 9시, 6시, 8시 방향, 즉 유방 아래쪽에 표기돼 있으나 실제 촬영된 3장의 영상에서 대흉근 추정 구조물이 공통적으로 발견됐다. 담당의가 유방초음파 영상을 촬영할 당시 마커의 위치를 오기했을 가능성이 있으나 조작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유방외과 전문의는 “보형물을 손으로 쥔 채 이동시킨 후 초음파로 유방 위쪽을 촬영하면 보형물이 영상에 찍히지 않는다”며 “유방초음파를 촬영한 병원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도 의심스럽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 유방외과 전문의는 “베테랑 유방외과 전문의라도 흉부 방사선 검사만으로는 보형물 삽입 유무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보형물이 없다는 확진을 내리기에는 두 검사 모두 불충분하다”면서 “젊은 여성의 경우 방사선 노출을 우려해 CT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긴 하나 유방촬영이나 유방 MRI로도 충분히 보형물 삽입 유무를 판단할 수 있으므로 유승옥도 검사를 재실시하면 유방 성형 수술 의혹에 다한 진실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