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정(가운데)이 LPGA에서 우승하자 박세리 때처럼 아버지 박승철씨와 관련된 말도 안되는 소문이 돌았다. | ||
98년 박세리가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일굴 때와 흡사한 장면이었다. 사실인 즉 같은 박씨에다 매니저, 코치, 캐디, 운전기사 등 정신적인 지주로 딸의 성공을 위해 헌신한 것까지 비슷했다.
더 자세히 알고 보면 두 아버지가 한때 주먹 세계를 경험했고, 특유의 카리스마와 인간적인 면을 갖췄다는 것까지 일치한다. 박희정의 세계 제패를 통해 ‘코리언 낭자군’과 색다른 과거를 안고 사는 아버지들을 살펴봤다.
▲ 박세리가 처음으로 LPGA에서 우승하자 아버지 박준철씨에 대한 ‘믿거나 말거나’ 식 소문이 돌았다. | ||
박희정이 우승컵을 안은 순간 박세리는 한국에서 아버지 박준철씨로부터 퍼팅을 집중적으로 조련받고 있었다. 용품계약차 잠시 귀국한 딸을 위해 고질적인 약점인 퍼팅 보완을 위해 모처럼 한 수 지도에 나선 것이다.
98년 박세리의 세계제패 신화가 한창일 때 한국의 일부언론은 박세리의 아버지가 건달 출신이라고 보도했었다. ‘냄비근성’으로 표현되는 한국 언론 특유의 호들갑은-특히 스포츠 전문지들은-박찬호의 예에서 알 수 있듯 뉴스타인 박세리의 모든 것을 경쟁적으로 까발렸다. 이에 부친 박준철씨의 예사롭지 않은 과거는 호재 중의 호재였던 것. 건달 출신에, 대전 최고의 주먹이었다는 등의 온갖 ‘카더라’식의 보도가 터져 나왔다.
보통 때 같으면 명예훼손감이었겠지만 온 나라가 IMF경제위기로 침울한 가운데 터진 박세리의 쾌거가 워낙 엄청났던 탓에 오히려 미담으로 받아들여졌다. 아파트 계단 오르내리기 훈련이나, 연못 속 스윙, 한밤 공동묘지에서 담력 키우기 등의 ‘믿거나 말거나’식의 세리 골퍼 만들기는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하도 국내 언론에 이 같은 얘기가 자주 나오다보니 주요 외신까지 ‘세리팩(Seri Pak)의 아버지는 갱스터(Gangster)’라고 보도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작금에 화제가 된 박희정의 부친 박승철씨도 한때 주먹세계에 몸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A선수의 아버지는 현재 강남 모 카바레의 사장으로 잘나가던 전라도 출신 건달이었다는 얘기가 있고, 이밖에도 3∼4명의 국내 여자프로골퍼의 부친도 밤세계에서 이름 석 자만 대면 알 정도로 힘께나 쓰던 인물이었다고 한다.
한국 여자 골프의 성장을 주도한 ‘갱스터의 딸들’. 지금은 이 ‘아버지들’이 갱스터는커녕 지역사회의 유지이거나, 더 없이 마음씨 좋은 옆집 아저씨, 혹은 딸의 골프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열혈 아빠로 밖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쨌든 흥미로운 사실이다.
한국에서 부킹을 제일 잘하는 사람들은 누굴까. 경제인? 정치인? 언론인? 검찰 관계자? 골프계 인사? 농반진반의 우스개 소리지만 정답은 ‘갱스터’다.
골프장측이 좀 이름깨나 있다는 건달에게는 영순위로 부킹을 내준다는 게 정설. 그렇지 않을 경우, 즉 부킹으로 골프장과 ‘주먹세계’가 마찰을 빚을 경우 보복성 행동이 두렵기 때문이다.
예컨대 주로 상류사회가 이용하는 골프장에 험악한 인상의 어깨들이 나타나 욕설을 하고, 좀 심하게는 밤사이 붉은 스프레이로 그린에 상스런 단어를 낙서하는 등의 ‘행동’에 들어가면 골프장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