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프로야구 경기의 활력소가 되어 온 외국인 선수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한국 야구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라운드의 이방인인 용병의 세계로 잠시 들어가보자.
▲ 투수 로테이션 문제로 코치진에 어필해 2군행을 당한 LG의 만자니오(왼쪽)와 덕아웃에서 욕을 한 삼성 패트릭. | ||
삼성의 패트릭은 자타가 공인하는 애물덩어리(?). 패트릭은 지난달 10일 투수교체에 반발, 유니폼 상의를 집어 던지고 덕아웃에서 영어로 욕을 하는 등 팀 분위기를 해쳤고 바로 12일 올스타 브레이크 때는 미국으로 일언반구도 없이 날아가 버렸다. 이쯤 되면 패트릭은 퇴출감이었지만 삼성구단 단장이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설득해 귀국했다.
갑작스런 도미 이유에 대해 흑인인 패트릭은 ‘줄곧 미국에 있는 백인 아내의 안부가 걱정돼 심리적 스트레스에 시달려 경기도 풀리지 않아서’라는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덕아웃에서 화를 내며 ‘돌아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코치진과의 갈등이 더 큰 이유라는 것이 주위의 분석이다.
강력한 카리스마의 소유자인 삼성 김응용 감독에 대한 정면도전이었지만 아직 마땅한 ‘투수 대안’을 찾지 못한 탓에 패트릭을 재기용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두 달 동안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탓에 패트릭은 언제 김응용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져 짐을 싸야 할지 모르는 지경이다.
반항이라면 패트릭에 뒤지지 않는 LG의 케펜과 만자니오. 둘 다 투수 로테이션에 대해 불만을 품고 코치진에 어필한 죄로 2군으로 직행한 경험이 있다. 케펜은 홧김에 라커룸의 사물대를 부쉈고, 만자니오 역시 투수 교체에 대해 신경질을 자주 부려 덕아웃의 분위기를 흐려 놓았다. 그러나 최근 케펜과 만자니오는 LG 김성근 감독의 2군 조치에 정신을 차린 것 같다. 만자니오는 31일 두산전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성의있는 투구를 보여주었다.
대개 외국인 선수들은 초기에는 ‘성실하다’, ‘붙임성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런 태도의 지속성 여부는 미지수. 일례로 작년 두산의 비밀 병기로 한국에 왔던 트로이 닐에 대해 코치진과 관계자는 ‘특타도 자진해서 신청하고 볼도 스스로 줍는다’며 자세가 됐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닐은 얼마 되지 않아 성적부진과 불성실한 태도로 팀을 떠나야 했고, 심지어 이태원에서 술을 먹다 폭력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 중에서 성실한 태도로 호평을 받고 있는 선수도 있다. 두산의 레스와 기아의 펨버튼. 두산 코치진은 “레스의 전반기 호투와 다승의 비밀은 그의 성실성”에 있다며 “용병의 경우 사실 다른 나라 리그에서 뛸 정도면 한물갔다고 보지만 그중에서도 성실함으로 다시 일어서는 경우가 있다”며 레스의 성실함을 칭찬했다.
펨버튼의 경우는 곰같은 우직함으로, 팀워크를 갉아먹는 다른 외국인 선수와 비교돼 기아 코치진의 지지를 받고 있다. 팸버튼은 근육질에 덩치가 좋고 ‘한번 맞으면 크다’는 투수들의 생각 때문인지 몸에 맞는 사구가 유독 많다. 때문에 화를 낼 법도 하지만 불평 없이 무슨 일이 있어도 타석에 올라 김성한 감독이 측은하다고 느낄 정도이다. 한편 기아는 외국인 선수 영입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부터 강조해, 소속 외국인 선수들은 ‘순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