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김병현이 밥 브랜리 감독과 불화의 조짐을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상당히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박찬호는 김병현도 영어를 빨리 배우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에 잠을 많이 자기로 소문난 김병현의 습관도 어쩌면 언어 소통이 잘 안되는 동료와 언론을 회피하기 위한 방책인지도 모른다고 해석했다. 그도 마이너리그 시절 그랬다는 것이다.
▲ 김병헌 | ||
사실 미국 진출 초반에 박찬호는 잠을 많이 자는 선수로 유명했었다. 농담을 해도 못알아듣고, 자꾸 놀린다는 기분이 들고, 그렇다고 묻거나 따지지도 못하고, 그러다보니 자꾸 피하게 되더라고. 지금은 잘하고 있으니 문제가 없지만, 나중에 혹시 부상을 당하거나 슬럼프에 빠지면 따돌림을 당할 수 있다는 걱정도 덧붙였다.
자신은 앞에 선배도 없고, 말 통하는 사람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겪었던 고통들이 많았지만 후배만큼은 그런 고통을 피해가길 바라며 영어를 열심히 배우는 것이 야구도 빨리 배우고, 적응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확신했다. 박찬호의 경우는 누구보다 영어를 열심히 한 경우다. 반면 노모 히데오나 이라부 히데키 같은 일본 선수는 몇 년이 지나도 통역을 대동하고 다닌다.
어떤 쪽이 좋고 나쁨을 명확하게 가를 수는 없다. 그러나 일본 선수들처럼 프로 생활을 오래 하고 건너온 경우와, 새로 배우는 우리 젊은 선수들의 경우는 차이가 있어 박찬호의 주장에 귀 기울여야할 선수들이 한두 명이 아닐 것 같다.
민훈기 스포츠조선 미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