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 신화의 여파가 국내 프로축구에 그대로 전이되며 서울팀 창단 문제가 축구계 최대의 이슈로 떠올랐다. 여기엔 한국이 비록 이번 월드컵에서 기적 같은 성적을 거뒀지만, 이것이 다음 월드컵까지 꾸준히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내 프로축구의 활성화가 시급하고 무연고지로 남아있는 서울의 프로팀 창단이 급선무라는 현실적인 인식이 깔려있다.
현재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며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국민은행을 선두로 여러 지역에서 시민구단을 탄생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과연 제11, 나아가서 12, 13구단의 탄생은 현실로 나타날 수 있을까? 신생팀 창단의 가능성을 전망해 본다.
한국대표팀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하자마자 제11구단의 창단을 검토하기 시작한 국민은행은 김정태 행장이 직접 나서서 창단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미 실업팀을 운영해 오고 있는 국민은행으로서는 이런 열기를 프로축구팀 창단과 함께 살려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렇게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하며 신생팀 창단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간 국민은행도 아직까지 창단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지는 못하고 있다. 창단과 관련된 구체적인 기획과 연구가 뒷받침되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형적으로는 기존의 노사협력팀에서 창단 준비를 하고 있지만 행장을 비롯한 노사의 공감대와는 별개로 전담 부서가 없는 상황이다. 시간을 두고 준비한 것이 아니라 월드컵의 선전과 프로축구의 열기에 갑자기 욕심을 내다보니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만 가득 짊어진 듯하다.
서울을 연고로 할 때 ‘입성비’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서울시의 서울월드컵경기장 건설비 중 축구계가 부담하기로 하면서 서울 신생구단이 감당해야 할 2백50억원의 창단준비금은 서울 이외 지역 연고팀의 창단준비금(40억원)과 프로야구(60억원, 현대 유니콘스)나 프로농구의 서울 입성비(60억원, SK 나이츠·삼성 썬더스)와 비교하면 턱없이 높은 액수다.
이런 상황에서 현행 은행법도 국민은행의 창단을 가로막고 있다. 은행 이익의 15% 이상을 다른 분야에 투자할 수 없다는 조항을 비롯해 현재 법률상 다각적으로 검토를 필요로 하는 부분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물론 컨소시엄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대주주가 될 수 없는 국민은행이 반길 리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누구보다도 제11구단의 탄생을 가장 기다리는 프로축구연맹도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섰다. 연맹은 2백50억원이라는 ‘입성비’를 서울시와 협의해 적극적으로 재조정할 의사를 밝혔고, 은행법과 관련해서는 독립법인 아닌 주식회사(하나의 부서 개념)로도 프로축구팀을 창단할 수 있다는 조언을 국민은행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0개 구단 가운데 독립법인은 포항, 전남, 안양, 성남, 대전의 5개 팀이며 부산, 수원, 울산, 전북, 부천 등은 주식회사로 참여하고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 연맹의 해석이다.
서울을 연고로 하는 2개의 신생팀을 목표로 하고 있는 연맹으로서는 만약 1개팀만 창단된다 하더라도 서울에는 기존 1팀과 함께 2팀을 연고로 인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계획과는 별개로 현재 정부 차원에서의 배려는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에서 연맹도 상당히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연맹 김원동 사무국장은 “프로축구 관련 정책을 보면 집터도 없는 상황에서 집을 만들겠다는 발상을 갖고 있다”면서 “정부가 현실적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핑크빛 꿈에 젖어 있는 것 같다”고 현재의 정책에 대해서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사실 정부는 여전히 기존 구단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세금 감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어떤 기업이 신생 구단을 창단하며 전폭적인 투자를 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또한 축구단이 오로지 프로라는 이유만으로 하나의 이익단체로 인정, 각종 제약을 가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국 프로축구 역사상 첫 서울 연고팀은 탄생할 수 있을 것인가? 말은 무성하지만 여전히 창단까지는 많은 진통이 뒤따를 전망이다. 지금으로선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황. 다만 정부가 모처럼 불기 시작한 프로축구의 붐을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관련 법률의 탄력적 적용으로 신생팀 창단은 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현재 창단 문의는 기업보다 오히려 지역 시민구단과 관련된 질문이 더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과는 달리 지자체의 프로구단 참여가 법률상 봉쇄돼 시민구단은 단지 희망사항일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프로축구의 현주소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