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이냐 ‘문’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이종현 기자
김 전 지사는 지난해 7·30 김포 보궐선거에 출마했지만, 또 다시 한계를 체감하면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그리고 한동안 여의도 정치권을 떠났다가 최근 다시 나타났다. 한 손에 ‘천정배 신당행’ 카드를 들고서. 그는 11월 18일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개혁적 국민정당 창당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 축사를 했다.
유원일 장세환 전 의원 등 전·현직 의원들이 신진 인사를 표방하는 천정배 신당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해 불참한 것과는 판이하다. 장 전 의원은 당일 기자들과 만나 “사정상 창당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지 못한다”며 말을 아꼈다.
김 전 지사도 “신당에 대한 고민보다는 야권 재구성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고 신당행을 부인했다. 다만 그는 “신당 창당을 야권 분열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분들이 꽤 많지만, 오히려 내년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재편의 몸부림’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천 의원으로부터 서너 차례 신당 참여를 권유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출범식에는 안철수 새정치연합 의원과 가까운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도 참석했다. 정치권 안팎에서 ‘천정배-안철수-김두관’ 연대설이 불거진 까닭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다. 천정배 신당 창당추진위에는 전윤철 전 감사원장과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 전홍준 하나통합의원 원장 등도 참석했다. 모두 김대중(DJ) 정부와 노무현 정부 인사로, 김 전 지사와도 가깝다.
천정배 신당 창당추진위에 이름을 올린 이근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 대선 때 자치분권연구소와 함께 김 전 지사의 싱크탱크 역할을 한 ‘생활정치포럼’ 출신이다. 김두관 캠프 공보를 담당했던 강병원 전 청와대 행정관은 서울 은평을에 출사표를 냈다. 다만 당시 포럼에서 같이 활약한 김태랑 전 국회 사무총장과 이강철 전 청와대 정무특보는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고,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올해 3월 중부기술교육원장으로 취임했다.
김 전 지사와 가까운 당내 인사로는 강창일 문병호 원혜영 의원 등이 있었다. 그러나 문 의원은 김한길·안철수 체제 당시 안 의원의 대표 비서실장을 맡는 등 현재는 김한길계나 안철수계로 통한다. 사실상 김두관계가 무너진 셈이다. 김 전 지사가 새정치연합에 남아있을 ‘실익’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명분이다. ‘문재인 체제’의 독주로 비노계가 폭발하는 순간, 김 전 지사의 행보가 야권 발 정계개편의 화약고로 작용할 수 있다. 김 전 지사는 측근들에게 자주 “나는 친노(친노무현)이지, 친문(친문재인)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에 따르면 “안 되면 죽는다는 각오로 내년 총선 김포 지역구에 올인 중”인 김 전 지사의 정치적 결단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