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가 와도 구단 등쌀 못 버틸 것”
프로축구 K리그 구단들의 잦은 사령탑 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박성화 경남 FC 감독(왼쪽),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오른쪽), 경질 논란이 일고 있는 최문식 대전 시티즌 감독(가운데). 사진제공=경남 FC, 대전 시티즌,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2014년 12월 30일, 경남 FC는 이차만 감독이 떠난 자리에 새로운 구원 투수로 박성화(60) 전 미얀마 대표팀 감독을 내정했다. 7년 만에 K리그에 복귀하는 박 감독을 두고 당시엔 우려와 기대의 시선이 엇갈렸다. 2007년 부산 아이파크를 떠난 후 중국과 미얀마 대표팀 등 해외를 전전했기 때문에 K리그의 현장감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올림픽 대표팀과 K리그 클럽에서 쌓은 경험이 금세 적응하게 만들 것이란 두 가지 시선이 공존했다.
그러나 박성화 감독은 경남 FC를 맡은 이후 한 시즌 만에 다시 옷을 벗었다. 성적부진이 해임 사유였다(10승13무17패 승점 43점. K리그 챌린지 11개 팀 중 9위). 계약 기간이 2년이었지만 경남 FC한테는 그 기간이 큰 의미가 없었다. 축구계에서 ‘생불(살아 있는 부처)’로 불릴 만큼 적이 없고 평판 좋은 지도자로 꼽힌 그가 7년 만에 K리그로 돌아와 씻을 수 없는 수모를 당한 것이다.
박 감독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구단의 비정상적인 횡포를 폭로한 바 있다. 원래는 조용히 떠나려 했지만 이대로 떠나면 자신의 뒤를 이은 감독한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아 인터뷰와 소송을 통해 경남 FC의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나섰다. 박 감독은 외국인 선수 스토야노비치가 9번째 골을 성공시키자, 구단 측에서 “앞으로 출전시키지 마라. 10골을 넣으면 5000만 원의 옵션 계약을 행사해야 한다”는 말로 선수의 출전을 막았다고 털어 놓았다. 실제로 스토야노비치는 9골 이후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경남 FC 구단주인 홍준표 도지사가 2014년 3월 5일 경남 FC 출정식에서 선수들을 격려하는 모습. 사진출처=경남도청
한편 축구계에선 홍준표 도지사가 경남 FC 구단주를 맡은 이후 고려대 출신의 감독을 선호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실제로 이차만, 박성화 감독 모두 고려대 출신이다. 더욱이 차기 감독으로 이름이 오르내린 김종부 화성FC 감독도 고려대 출신이다. 당연히 홍준표 도지사도 고려대 출신이다.
지난 11월 21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대전 시티즌의 경기에 앞서 대전 서포터스 석의 대형 걸개가 눈에 띄었다. ‘4승 7무 25패! 구단과 감독은 책임져라!’. 이를 본 대전 시티즌의 최문식 감독의 표정이 굳어졌다. 더욱이 대전은 이날 인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0-2 패배를 당하며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2016년 챌린지(2부리그) 강등을 확정했다. 2014시즌 챌린지 우승과 함께 승격의 기쁨을 맛본지 한 시즌 만에 다시 강등이 결정된 것이다.
최문식 감독은 지난 5월 경질된 조진호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팀을 정상 궤도로 되돌려 놓기엔 역부족이었다. 김세환 전 사장이 정치적인 문제로 물러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라운드 밖의 잡음으로 인해 선수단과 프런트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 못했다. 결과적으론 그 불협화음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 스페인 FC바르셀로나 식의 빠른 패싱 축구를 해보겠다는 최 감독의 구상은 구상으로만 그쳤다.
대전은 2009년 김호 감독이 물러난 이후 7시즌 동안 다섯 명의 감독이 거쳐 갔다. 평균 재임 기간이 2년을 넘지 못했다. 김호 감독 이후에 사령탑에 오른 이는 왕선재 수석코치였다. 김호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를 맡다가 대행직을 거쳐 2010년 정식 감독에 취임했고, 2011년 경질 당했다. 2011년 중반 유상철 감독이 부임해선 2012년까지 감독직을 수행하다 재계약에 실패해 팀을 떠났다. 2013년에는 김인완 감독이 건강 악화로 팀을 떠났고, 조진호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거쳐 2014년 정식 감독으로 승격했다. 그리고 여지없이 이듬해 초반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퇴하게 된다. 그리고선 올림픽대표팀 수석 코치를 맡았던 최문식 감독이 지금까지 팀을 이끌고 있다.
김호 감독 이후 대전의 사령탑에 오른 감독들의 공통점을 꼽는다면 모두 ‘초보감독’이란 사실이다. 시민 구단에서 프로 첫 감독직을 수행하다 보니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갖고 팀을 이끌기 보단 구단의 입김에 이리저리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대전 시티즌의 일부 팬들은 최문식 감독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구단 또한 강등에 대한 책임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며 눈치를 보는 중이다. 대전의 전직 감독 중 한 명인 A 씨는 “대전의 경우엔 히딩크 감독을 데려다 놔도 정치적인 입김에 기를 펴지 못하고 자멸할 수밖에 없다”면서 “구단이 진정으로 팀을 살릴 의지가 있는지, 대전시에서 축구팀의 자생 능력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최근 한 축구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사령탑 교체가 잦은 대전 시티즌을 향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도대체 대전 시티즌 감독이 누구예요?”
이제는 이름 앞에 ‘前’이란 타이틀을 붙여야 하는 황선홍 포항 감독과 최진철 신임 감독은 대표팀에서 동고동락했던 사이다. 그들이 포항에서 전임과 후임 감독의 연을 맺을 것이라곤 두 사람 모두 상상조차 못했다고 말한다. 그래도 황 감독은 “최진철 감독이 잘 이끌어 갈 것이다”라고 좋은 메시지를 전한다.
2008년 부산 아이파크의 지휘봉을 잡아 프로 감독에 도전한 황선홍 감독은 2011년 친정팀인 포항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5년 여 동안 리그 98승과 K리그 1회 우승, FA컵 2회 우승 등 3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쉼 없이 달려왔다.
그런 그가 지난 10월 말 구단에게 더 이상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올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겠다는 얘기도 함께 전했다. 그리고 소문이 무성했던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행도 결국엔 거절하면서 완전한 ‘야인’으로 돌아섰다.
황 감독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떠날 때가 됐으니까 가는 거다. 어차피 이 자리가 영원한 게 아니지 않느냐”면서 “5년을 포항에 머물다 보니 짐도 많고 챙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FC서울과 최종전을 치르기 전까지 정신이 없을 것 같다”는 얘기를 전했다. 그리고 그는 포항에서 나오자마자 곧장 파주 트레이닝센터에 입소, P급 지도자 강습회에 참석할 예정이란 계획을 들려줬다.
황 감독의 이런 행보에 대해 축구 에이전트 B 씨는 다음과 같은 견해를 나타냈다.
“황 감독이 겉으론 자발적으로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처럼 보이지만 넓게 보면 포항이 황 감독과 재계약할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구단의 재정 지원 속에서 황 감독이 많이 지친 부분도 있다. 그동안 선수 영입, 운영과 관련해서 오랫동안 구단과 갈등을 빚어왔는데, 결론적으로 황 감독이 바라는 대로 이뤄진 게 많지 않다. 다른 팀도 아닌 친정팀이라 황 감독도 특별한 애정을 갖고 팀을 이끌어 가려 했고, 실제 그러했다. 그러나 그건 황 감독의 ‘짝사랑’이었던 것 같다.”
황선홍 감독은 팀을 떠나면서 “포항은 내게 사랑하고픈, 운명 같은 팀이었다”라고 말했다. 포항스틸러스 팬들은 최종전을 마치고 그라운드를 벗어나는 황 감독에게 눈물로 인사를 고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안종복 전 경남 사장 비리 파장 그가 입 열면 축구계 줄초상? “도대체 그 끝이 어디인지를 모르겠다. 굴비 엮듯이 줄줄이 끌려갈 일만 남은 것 같아 이 파장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축구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축구계 비리 사건과 관련해서 깊은 우려와 걱정을 토로했다. 워낙 사안이 심각하고, 관련 인물들을 파고 들 경우 축구계 전체가 뒤집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검찰에서 이 일을 어디까지 확대시킬 것인지 궁금하다는 얘기를 전했다. 심판 다섯 명이 연루된 이 일은 외국인 선수 계약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안종복 전 경남FC 사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증거를 찾기 위해 안 전 사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다 특정 심판의 이름과 금액이 적힌 수첩을 발견했고 검찰은 전 경남 구단 직원으로부터 안 전 사장의 지시를 받고 특정 심판에게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마디로 프로축구계에 ‘안종복 전 경남 사장 발(發)’ 비리 뇌관이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축구 에이전트 C 씨는 “지금 축구계는 구속 기소된 안종복 사장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안 전 사장의 입에서 어떤 얘기가 폭로될지 몰라 벌벌 떨고 있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최 모 심판은 축구 감독 D 씨와 친분이 두텁기로 소문 나 있다. 두 사람의 친분은 기자들도 다 알 정도이다. 최 모 심판이 불려 들어가면서 D 감독도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D 감독의 측근은 “그건 정말 소문일 뿐이다. 인간적인 친분은 있다고 해도 그 친분을 공적인 일에 이용할 분들이 아니다”면서 “축구계가 어수선해지면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프로축구계에선 오래 전부터 일부 구단 관계자나 코칭스태프가 심판들을 ‘접대’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실체 없이 소문으로 떠돌던 얘기가 실제 유명 심판이 구속 수사를 받는 상황이 벌어지자,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로 전환된 것이다. 특히 이 사안이 관행적인 심판 접대 문화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구단 프런트 및 지도자의 용병 영입 비리 등 전방위적인 프로축구계 비리 수사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지면서 프로축구계는 얼음 위를 걷는 듯하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