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의 카리스마’ 홍명보가 후배들을 이끌고 그라운드에 들어서고 있다. | ||
하지만 노련한 고참 선배가 있다면 튀는 후배도 꼭 있기 마련.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후배는 선배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한 배를 타고 모두 호흡을 맞춰 가는 가운데 축구팬들이 읽을 수 없는 선후배간의 의사소통 방법을 알아본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면 홈팀과 원정팀의 승부에만 관심이 가지 선수들간의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그라운드 내부 사정까지 신경 써서 보기 어렵다. 하지만 급박하게 이뤄지는 경기만큼 그라운드에서 진행되는 의사소통은 보통 이름을 부르는 짧은 외침으로 통용된다.
따로 설명할 시간이 없는 것. 특히 선배들이 후배의 이름을 부를 때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한 마디 외침 속에 많은 뜻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빠른 상황판단, 즉 고도의 눈치를 필요로 한다.
▲ 김주성 | ||
반면, 후배가 선배의 이름을 부를 때에는 보통 이름 뒤에 형이라는 말을 붙인다. 급할 때에는 이름을 생략하고 형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헤이!” “에이!”라는 말로 대충(?) 넘어갈 때도 많다. 특히 공격수에 후배가 포함되어 있을 경우, 후배가 문전에서 느끼는 심적 갈등은 상당하다.
문전에서 욕심을 낼 수밖에 없는 공격수 입장이지만 자신이 해결할 수도 있고, 옆으로 패스해 다른 선배에게 기회를 내줄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 순간적으로 느끼는 갈등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득점까지 깔끔하게 마무리를 지었다면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골 세리머니를 펼칠 수 있겠지만 만약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무언의 눈흘김과 뒤통수가 가려운 걸 각오해야 한다.
‘짬밥’이 부족한 후배들이 눈치를 보는 경우는 특히 카리스마가 강한 대선배가 있을 때다. 지금은 축구협회 기술위원과 방송 해설위원으로 제2의 축구인생을 펼치고 있는 김주성 위원(당시 부산 대우) 의 경우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얘기들이 많다. 김 위원이 공격수에서 리베로로 돌아서면서 미드필더진은 오히려 뒤를 돌아보는 경우가 잦았다.
▲ 김현석(왼쪽), 김병지 | ||
현재 현역에서 뛰고 있는 선수 중에서는 김현석(울산 현대)이 김 위원과 닮은꼴이다.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보직을 변경한 것도 그렇지만 후배들이 느끼는 중압감(?) 역시 다르지 않다. 때로는 울산과 시합하는 상대 선수들이 후배들에게 내뿜는 김현석의 거침없는 다그침을 위안(?)으로 삼기도 할 정도라는데 앞으로는 김현석의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입도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후배들이 무서워하는 선배 중에는 골키퍼 김병지(포항 스틸러스)도 포함되어 있다. 포항 유니폼으로 갈아입고는 더욱 말이 빨라졌다고 하는데, 수비수들이 보는 눈치는 문전의 공격수와 크게 차이가 없을 정도라고.
이처럼 따발총 스타일의 선배가 있는 반면, 강철(전남 드래곤즈)처럼 한 마디로 의사를 확실하게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 “집중해라∼” “정신 차려라∼”라는 한 마디에 후배 선수들은 아주 바빠진다. 한편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심전심으로 군기 잡는 카리스마형도 있는데 홍명보(포항 스틸러스)가 대표적이었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