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이름보다 ‘필드의 패션모델’이라는 수식어로 더 유명한 강수연(26•아스트라). 연기자 강수연 못지 않은 외모와 골프 실력에다 한때 박세리의 천적으로 라이벌을 이뤘던 장본인이다. 4전5기로 미LPGA 투어 풀시드를 확보해 내년부터는 미국에서 활동할 예정이라 다음달 중순경 출국을 계획하고 있다.
취중토크를 하면서 여자 선수와는 처음 대작을 해서인지 어색(?)했지만 강수연의 솔직 발랄함에 푹 빠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기자를 만나기 전 강수연은 최근 일어난 프로암대회 불참과 관련해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상벌위원회에 참석, 경위를 설명하고 돌아온 길이었다.
결과가 좋을 것 같냐는 물음에 전후 사정을 자세히 설명했으니까 자신이 할 도리는 다 했다는 말로 더 이상의 언급을 꺼려했다. 강수연은 한솔여자오픈대회에 앞서 치러진 프로암대회에서 감기 몸살로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참석하지 않았다가 KLPGA대회 2년간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과거 비슷한 사례에서 경고나 주의, 벌금을 물린 것에 비해 강수연에 대한 처벌은 형평성을 잃은 지나친 처사라는 게 여론의 지적이었다(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는 2년간의 출장정지를 6개월로 조정했다).
대회 주최자나 스폰서들이 프로골퍼들과 한데 어울려 라운딩을 하는 게 프로암대회다. 이번 일과는 상관없지만 평소 프로암대회에 대해 궁금했던 부분이 있었다. 아마추어와 프로와의 라운딩에다 대부분 나이가 든 스폰서들을 여자 골퍼가 상대하다보니 간혹 불미스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프로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이름을 알리면서부터는 이상한 유혹들은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초장부터 심각한 화제를 꺼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래도 분위기를 바꾸려면 술자리에선 술 이야기가 최고의 안줏거리다.
강수연은 맥주보다는 소주, 소주보다는 폭탄주를 선호한다. 처음 술을 배운 곳은 고등학교 때 선배들과 지방 합숙 훈련가서라고. 선배들이 건네주는 맥주 한잔을 마시고 쓰러졌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폭탄주를 즐기는 지금으로선 엄청난 발전을 이룬 셈이다. “소주는 한 병이고 폭탄주는 솔직히 가늠하지 못하겠어요.
술버릇이요? 술 마시다 취하면 30분 정도 자요. 그러다 일어나서 또 다시 마시죠. 깨면서 술을 마시다보면 그 양이 상당하겠죠?” 정말 의외였다. 체력관리 잘하기로 소문난 강수연이 폭탄주를 즐긴다는 새로운 사실에 상당히 놀랐다. 강수연은 술 마실 일이 자주 있지 않기 때문에 한번 자리를 가지면 좀 ‘쎄게’ 마실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골프로 인해 인연을 맺은 연예인들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그중에서 고소영, 김건모, 정선경 ‘언니, 오빠’들하고는 아주 절친하다. 특히 고소영은 도도하고 건방져 보이는 외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털털하고 화끈해서 강수연과는 ‘환상의 복식조’를 이룬다.
연예인과 어울리다보면 골프에 대한 고민을 털고 재미있게 놀 수 있어 좋다고 한다. 강수연에게 하기 어려운 질문을 꺼냈다.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아버지의 직업이나 과거에 대해 불만이 없는지를 물었다.
사실 강수연이 골프를 시작한 계기는 아버지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스케이트 선수로 활동하다 비시즌중인 여름에 아버지와 함께 골프장에 갔다가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된 것. 강수연은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고, 지금 이 자리에까지 오른 것도 아버지 때문이었다며 감정을 흘린다.
그리고 5년간 미LPGA Q스쿨에 도전하는 동안 좌절감을 이기지 못하고 중간에 골프를 아예 그만 두려고 했다가 아버지의 엄한 꾸중과 조언 덕분에 결국 어려운 관문을 통과했다며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을 진하게 전한다.
“사랑해 본 적 있어요?” “이 나이가 되도록 한 번도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몇 개월 전에 남자 친구랑 헤어졌어요. 성격 차이도 있었고 골프가 잘 안풀릴 때 그 친구한테 짜증을 내다보니 힘들었나봐요. 자주 싸우다가 결국 헤어진 거죠.”
강수연의 이상형은 먹고 살 만큼의 돈이 있고 자신한테 잘해주는 사람이라고 한다. 외모는 자신보다 키만 작지 않다면 전혀 상관이 없다고(강수연의 키는 173cm). 남자 연예인 중에는 차태현과 배용준을 좋아하는데 얼굴보다는 맡은 배역 때문에 팬이 된 케이스.
내년부터 시작되는 미LPGA 생활에 대한 소감이 궁금했다. “막상 한국을 떠나려고 하니까 막막해요. 뭐 하러 이런 고생을 감수해야되나 싶고 걸음마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사실이 겁도 나구요. 일단 목표를 달성하려고 그 ‘문’에 들어갔으니까 끝까지 해봐야겠죠?”
강수연은 연예계쪽에 관심이 많았다. 개그맨, 가수만 아니라면 연예계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런데 제가 얼굴이 좀 큰 편이거든요. 외모 때문에 아무래도 좀 힘들겠죠?” 기자는 프로골퍼 강수연이 훨씬 더 좋다. 맥주로 분위기를 띄웠지만 나중에는 꼭 폭탄주를 하자고 약속을 했는데 솔직히 그 약속이 두렵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