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인지 ‘짝짓기’에서도 주도권을 잃지 않고 재빨리 승부를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남자 선수들은 사랑을 쟁취하는 데 보통의 남자들보다 훨씬 저돌적이다. 배우자 고르기에 상대적으로 많은 공을 들이면서도 강한 승부욕으로 인해 한 번 들인 공은 반드시 끝을 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 일명 ‘속전 속결형 짝짓기’인 셈이다.
▲ 하일성 KBS 해설위원(왼쪽), 최동원씨 | ||
대학 졸업 후 74년 경기도 양곡고등학교 교사로 부임한 하 위원은 첫눈에 반한 여고생 강씨를 몰래 점찍어 놓은 뒤 이듬해 졸업식이 끝나기가 무섭게 강씨의 아버지를 찾아가 “딸을 달라”고 호소한다. 무작정 딸의 팔목을 이끌고 돌격(?)한 덕분에 그 자리에서 승낙을 얻어낸 하 위원은 반 년 만에 결국 꿈을 이뤘다고.
단일 한국시리즈 최다승 보유자로 현역시절 선동열과 함께 ‘국보급 투수’로 통했던 최동원씨도 광속구 투수 출신답게 그야말로 스피드있게 결혼을 진행시켰다. 당시 노총각 신세이던 최씨는 서울 음대를 다니던 9살 연하의 여대생을 소개받은 후 이듬해인 89년 그녀가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백년가약을 맺었다.
롯데에서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후 미국에 있던 최씨는 가끔 국내에 들어올 때만 잠깐 신씨의 얼굴을 볼 정도로 변변한 데이트 한 번 못했는데 경상도 사나이의 화끈한 성격 덕에 ‘떡 본 김에 제사’를 지낸 것이다. 하객 중 야구인이 고작 2명에 불과할 정도로 극비리에 결혼했던 최동원의 결혼식 당일 나이는 만 31세에서 하루가 지난 상태였다.
“당시 친구의 소개로 얼떨결에 만나러 나간 것이 인생을 좌우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부인 신씨는 ‘처음에는 최동원이 야구선수인지조차 몰랐다’고 한다.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