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돈으로 1천2백억원이 넘는 액수를 25명의 선수들에게 투자했지만, 22일 현재 41승57패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조 최하위에 처져 있다. 선두 시애틀과는 무려 19게임 차로 올해도 꼴찌는 맡아놓은 셈. 최근 팀의 간판 타자인 유격수 알렉스 로드리게스(애칭 에이로드)가 ‘우리 팀은 완전히 실패’라고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로 팀 사기도 말이 아니다.
결국 올 시즌에만 4천만달러 정도의 적자가 예상되자 구단에서는 팀 연봉을 줄이고,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선발 투수진은 박찬호를 중심으로 젊은 유망주들이 힘을 모으게 될 것이고, 연봉이 높은 노장들은 트레이드 내지 방출될 가능성이 높다. 과연 포지션별로 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는지 분석해본다.
선발진 - 22일 난적 오클랜드 에이스를 상대로 8이닝 동안 2실점으로 호투한 박찬호는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올 시즌 10승으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왼손 투수 케니 로저스는 22일 현재 신시내티 레즈와 구단끼리 트레이드 합의가 끝나 본인의 결심만 남아 있다. 내셔널리그 중부조에서 우승을 다투고 있는 레즈는 선발 투수가 절실히 필요하다.
로저스가 혹시 신시내티행을 거부한다고 해도 시애틀이나 샌프란시스코, 애리조나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어 37세 노장 로저스는 텍사스를 떠날 것이 확실하다. 레인저스는 올 시즌이 끝나면 FA가 되는 로저스와 거액의 재계약을 할 의사가 전혀 없기 때문에 레즈에서 3명의 마이너리그 선수를 받기도 했다.
5승7패에 그치고 있으나, 좋은 내용의 투구를 계속 보여주고 있는 이스마엘 발데스 역시 트레이드될 가능성이 있다. 1년 계약을 맺은 발데스는 트레이드되지 않을 경우 레인저스와 재계약할 가능성도 있지만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거액을 요구한다면 계약 성사는 힘들다.
이미 불펜으로 밀려난 노장 데이브 버바도 시즌이 끝나기 전에 트레이드되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텍사스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은 없다. 5선발에서 마무리로 옮겼던 이라부 히데키는 손가락 혈행 장애로 올시즌 복귀조차 불투명하고, 역시 1년 계약만 맺었다.
레인저스는 이미 롭 벨(25)과 아론 마이엣(24) 등 신인들을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시켰다. 마이너리그에는 덕 데이비스, 콜비 루이스, 요아킨 베노아 등 선발감들이 기회만 기다리고 있다. 내년 시즌에는 박찬호를 에이스로 젊은 유망주들이 선발 로테이션을 채우고, 2∼3년 뒤를 노리며 경험을 쌓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든든한 미들맨의 기대를 걸었던 제리 파웰 역시 부상으로 최근에야 복귀했고, 파웰과 함께 3년 계약을 맺은 토드 밴 포플은 기대에도 못미친다. 마무리 재목으로 각광을 받던 신인 프란시스코 코데로도 역시 부상을 당했는데 상태가 심각하지는 않아 내년 시즌에는 셋업맨이나 롱맨으로 기대할 만하다.
2백50만달러를 받는 존 로 커는 여전히 1백55km의 강속구를 던지지만, 제구력 난조에 정신적으로 안정이 되질 않아 늘 불안하다. 구위만 보면 왼손 셋업맨으로 아주 좋고 마무리까지 가능하지만 레인저스와 재계약을 맺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리치 로드리게스와 후안 알바레스로는 왼손 셋업맨이나 원포인트 릴리프 역할을 제대로 못해 왼손 구원 투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포수 - 10년 연속 올스타 포수 이반 로드리게스(애칭 ‘퍼지’)가 정든 고향 텍사스 레인저스를 떠날 가능성이 90%도 넘는다. 올 시즌 부상으로 많이 뛰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건재한 방망이와 어깨를 보유하고 있는 퍼지는 올시즌을 끝으로 FA가 되는데, 적어도 평균 연봉 1천만달러 이상의 장기 계약을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톰 힉스 구단주는 진작부터 그런 돈을 줄 수가 없다고 명백히 밝혔다. 퍼지가 떠난다면 레인저스는 연봉이 비싸지 않고 수비가 좋은 중급 포수를 영입할 것으로 보인다.
내야수 - 유격수 에이로드와 2루수 마이클 영은 발군의 키스턴 콤비로 자리를 잡았다. 시즌 초반 부진으로 마이너리그로 쫓겨간 유망주 행크 블레이락도 내년에는 다시 3루수 자리를 차지할 공산이 크다.
팔메이로는 2003년까지 계약이 남아있고, 트레이드 불가 조항이 있어서 다른 팀으로 보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마이너리그에 힘있는 타자들이 팔메이로의 자리를 호시탐탐 넘보고 있다.
트래비스 해프너, 제이슨 하트, 마크 테이세리아 등은 모두 유망주이지만, 지명 타자 자리에는 노장 러스티 그리어도 버티고 있어, 3명의 유망주들은 아직 1∼2년 더 기다려야할 것으로 보인다.
외야수 - 가장 골치 아픈 부분이 바로 외야수. 러스티 그리어, 후안 곤잘레스, 게이브 케플러, 칼 에버렛 등의 내년 연봉만 3천만달러가 넘는다. 팀내 최고의 1번 타자감인 프랭크 카탈라노토도 올해 2백50만달러를 받았지만, 내년에는 조정신청을 할 수 있어 연봉 급상승이 예상된다. 게다가 유망주 케빈 멘치, 러드윅, 최근 영입한 리베라 등 외야수 요원이 넘쳐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곤잘레스와 에버렛을 트레이드하는 것. 그러나 내년 연봉이 1천2백만달러인 곤잘레스와 9백만달러인 에버렛을 받아들일 팀은 없다. 결국 우익수 곤잘레스는 머물고, 멘치가 좌익수를 맡을 것으로 보이며, 중견수는 케플러, 리베라, 러드윅 등이 번갈아 맡게될 가능성이 높다.
민훈기 스포츠조선 미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