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호 | ||
하지만 스타들의 이런 상품성이 광고 효과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을 때도 있어 광고주들의 애를 태우기도 한다. 한 번 떴다가 막상 광고가 나올 시점에는 성적 부진 등의 기타 이유로 광고의 ‘약발’이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애프터서비스(?)에 따라 울고 웃는 광고주들의 속사정을 들어본다.
올해 광고주들은 막대한 돈을 동원해 자신들의 CF에 스포츠 스타들을 출연시키는데 성공했다. 연예인들에게는 A, B, C급 등으로 차별화된 광고 출연료를 제시하는데 비해 스포츠 스타들은 그 상품성에 따라 최소 4∼5억원의 베팅을 단발 계약금으로 지급하는 모습에서, 꼼꼼하게 따진 광고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계산이 유감스럽게도 언제나 적중하는 것은 아니다. 광고주들이 스포츠 스타들에게 CF 계약서를 제시할 때 그 판단 기준은 일단 성적이다. 어떤 빼어난 성적으로 팬들에게 어필했고 앞으로도 그런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가가 바로 섭외 대상의 첫 번째 키워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드라마나 영화에서 ‘대박’을 터뜨린 연예인에 비해서 다소 위험 부담이 따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연예인들이 이미지 관리로 지속적인 인기를 누리는 데 비해 스포츠 스타들의 성적이 CF가 전파를 타는 시점까지도 계속 좋으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올해 가장 울상을 지으며 속을 태웠던 광고주는 국민카드였다. 지난해 11월 1년간 8억원이라는 액수로 박찬호를 출연시킨 국민카드는 LA 다저스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로 팀을 옮기며 에이스로 떠오른 박찬호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었다.
▲ 히딩크 | ||
자사의 슬로건인 ‘코리안 퍼스트 카드’, 즉 한국 최고, 한국 최초라는 이미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선수는 박찬호 외에는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계약 기간이 6개월 단축된 것에 대해서는 박찬호 본인의 고사가 있었다는 국민카드의 설명과는 달리 행여 올해 같은 성적 부진을 염두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는 게 사실.
이렇게 박찬호가 잠시 주춤거리는 사이 CF 시장에서 판도를 바꿔버린 스포츠 스타는 단연 히딩크 전 월드컵 대표팀 감독이 꼽힌다. 본인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와 함께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라는 카피로 일약 CF 스타까지 되어버린 히딩크 감독은 그 인기가 내년 시즌에도 이어질 전망.
삼성카드가 1년6개월 동안 1백만달러(12억원)에, 교보생명이 2년 동안 1백80만달러(21억6천만원)에 이미 계약과 함께 촬영을 마쳤다. 히딩크 감독의 상품성은 올해 톡톡히 재미를 본 삼성카드가 재계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금융권인 교보생명까지 가세했다는 점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국가대표팀 공식 후원사와 스포츠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내세운 교보생명은 1월1일 안방으로 전달될 CF의 컨셉트는 철저하게 함구하면서도 히딩크 감독의 카리스마가 아닌 보험이 갖고 있는 무한 사랑의 이미지를 적극 살려 삼성카드와는 차별성을 뒀다는 후문이다. 월드컵 이후 각종 구설수에 오른 히딩크 감독이지만 2년 후까지 전폭적인 믿음을 보내고 있는 광고주들의 기대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한편, 월드컵 스타인 안정환과 김남일을 모델로 내세운 SK텔레콤과 삼보컴퓨터는 각각 1년 계약에 10억원과 5억원을 들였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SK텔레콤은 이탈리아전에서 활약한 안정환의 모습을 재구성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내심 기대했다가 그 광고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한 달 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월드컵 이후 급격히 식은 축구 열기와 안정환 주변의 불미스러운 일로 마이너스 효과가 더 크다고 자체 판단을 내렸던 것. 광고주는 현재 축구선수 이미지가 아닌 다른 쪽을 부각시키려는 기획을 준비중이지만 아직 마땅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 가장 인기 있다는 김남일을 앞세운 삼보컴퓨터 역시 다소 실망한 눈치다. 월드컵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김남일이 CF를 촬영할 당시만 해도 상당한 조명을 받았지만 막상 방송이 나갈 시점에서는 국내 무대에서 얻은 부상과 연이은 구설수로 제 활약을 펼치지 못해 그냥 평범한 CF로 전락했다는 평가 때문이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