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 스틸러스 이동국의 눈에 독기가 서렸다고 한다. 안타까운 엔트리 탈락의 한을 풀 수 있을 지 기대된다. | ||
월드컵이 송종국 김남일 박지성 등 루키들을 스타로 만들었듯 K리그에서도 월드컵 스타같은 스타가 등장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월드컵에 가려졌던 K리그에서는 어떤 스타탄생이 예고되고 있을까. 월드컵 스타들의 인기몰이 뒤에 이를 악 물고 그 이상을 바라보며 뛰고 있는 선수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월드컵 때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선수들의 마음은 무척이나 쓰라렸을 것이다. 그들을 보는 팬들의 마음 역시 그들만큼이나 안타깝고 아팠다. 그러나 월드컵 탈락생이 된 것은 단지 기량이 모자라서가 아니었다. 마침 부상 등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거나 히딩크 감독이 원하는 스타일에 맞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월드컵 탈락생 중 가장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는 이동국이다. 한때 ‘안정환 고종수 이동국 트로이카’로 불리던 시절의 인기를 생각할 때 충분히 실력과 스타기질을 갖춘 선수다. 하지만 고질적인 왼쪽 발목 부상은 이동국으로 하여금 대표팀 탈락이라는 결과를 안겨주었다. 프로선수로서 몸관리를 잘못했다는 것은 잘못이지만 지난 6월 말 독일에서 돌아온 후 계속되는 대표팀 차출로 망가진 몸을 추스를 틈이 없었다.
이동국은 K리그 개막에 맞춰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갈기머리를 과감히 자르고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울산 코칭 스태프들은 한결같이 ‘눈에 독기가 서렸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대표팀 탈락이라는 자존심의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그는 이번 시즌이 중요한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 그도 첫 경기는 부담스러웠던 것일까. 7일 전북 현대와의 경기에서는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13일 부산과의 경기에서 헤딩으로 선제골을 터뜨려 이동국의 부활을 바라고 있던 주위 사람들의 숨통을 틔어주었다. 약 9개월 만에 터진 골이었고 지난 한 달 동안 헤딩슛 연습을 집중적으로 한 결과다. 이번 골로 이동국은 일단 자신감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 수원 삼성의 고종수는 1년여 동안의 부상 치료 를 끝내고 1군에 복귀, 출전을 벼르고 있다. 사 진은 2001프로축구 올스타전에서 질주하는 모습. | ||
그러나 7월1일 2군에서 1군으로 복귀했고, 이 달 중순쯤에는 그라운드에서 뛰는 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현재 80% 정도 몸을 만들어 놓고 있다고 한다. 고종수의 컴백은 산드로와 함께 본격적인 팀의 공격라인을 구성할 예정이지만 현재로 풀타임으로 뛰는 것은 무리여서 어느 정도 팀에 공헌을 할지는 아직 의문이다.
히딩크 사단에서 탈락한 선수들 가운데 가장 우여곡절이 많았던 심재원(부산). 심재원은 1년 만에 분데스리가 2부리그의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로부터 돌아왔다. 몸 상태는 개막전 경기를 통해 별 이상이 없음을 보여줬다. 지난 2월 다친 허벅지 근육과 손가락 부상은 완쾌됐다. 심재원의 목표는 이번 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로 참여하는 것이다. 군 문제 해결을 통해 다시 한 번 외국 프로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서다.
그러나 축구 관계자들은 “요 몇 달간은 심재원에게 가장 힘든 시기였을 것”이라며 “먼저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심재원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지난 8일에는 기다리던 아이도 태어나 그의 마음은 더욱 조급하다.
이번 시즌 신인 GK 중 단연 돋보이는 김용대의 활약도 기대된다. 김용대도 월드컵 전까지 히딩크 사단의 막내 GK로서 참전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실패하고 말았다. 소속팀인 부산 아이콘스 김호곤 감독은 이번 시즌 우승의 비장의 카드로 내심 김용대를 꼽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월10일 아디다스컵 안양전에서 4골을 내주었고 지난 7일 울산과의 경기에서도 GK 실책성 골을 두 점이나 내줬다. 일단 김용대에게 걸었던 기대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 하지만 아직 리그 전반이고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김용대의 가능성을 평가절하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한편 현재 최고 인기인 김남일과 비교되는 두 선수가 있어 주목을 끈다. 박동혁과 박진섭이다. 박동혁은 2000시드니올림픽 대표선수를 지냈으며 고려대 졸업 후 바로 전북 현대로, 박진섭은 3년 전 과감하게 신인 드래프트를 거부하고 상무를 마치고 울산 현대로 입단했다. 둘 다 신인 최고 대우(계약금 3억원, 연봉2천만원)를 받는 거물급 루키다.
박동혁은 일단 김남일과 같은 포지션이다. 185cm의 키로 제공권에서 밀리지 않고 넓은 시야와 날카로운 스루패스를 갖고 있는 박동혁은 이미 개막전 축포를 멋지게 성공시켜 몸값을 확인시켰다. 박진섭도 개막전 구단 첫골의 주인공. 주로 수비형 윙백으로 뛰다 이번 리그에서는 공격형 MF까지 겸하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