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배우·아내…“세 토끼 다 잡겠다”
이영애가 11월 30일 강릉시 씨마크호텔에서 열린 SBS 드라마 <사임당, 더 허스토리>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년 만에 아기 엄마가 돼서 인사드리게 됐어요. <사임당>은 여성의 이야기예요. 500년 전 그 시대를 살았던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삶과 고민은 현대를 사는 여성의 고민과 똑같을 것 같아요. 사임당의 이름 빌려 과거와 현재의 여자의 삶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었어요.”
만인의 연인에서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이영애. 그는 제작발표회 전날 가족들과 함께 강릉을 찾았다. 한동안 육아와 살림에 전념하다가 연기 활동을 재개하게 됐지만 그는 엄마와 아내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사임당>은 100% 사전 제작되는 터라 이영애가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연기할 수 있다. 그동안 사전 제작 드라마는 방송가의 금기처럼 여겨졌다. 성공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영애는 이 공식마저 깨버렸다. 이영애의 출연 소식에 100억 원이 넘는 해외 자본까지 유치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이영애 효과’다.
“기존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연기했다면 버겁고 힘들었겠죠. 사전 제작을 통해서 양질의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됐어요. ‘엄마의 역할도 충분히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제 조건이었는데 다행히 병행할 수 있게 됐어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저도 엄마가 되고 아내가 되니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게 깊게 변했어요. 사임당이 과거의 커리어우먼이잖아요. 그 당시 유명한 화가로 활동하며 가정생활도 꾸려갔죠. 사임당을 통해 아이들의 교육, 여자의 일생에 대한 고민을 풀어보고자 싶어서 이 작품을 선택했어요.”
사임당은 이영애의 인생에도 큰 영향을 미쳤던 인물이다. 아이를 갖길 간절히 원하던 이영애가 남편과 함께 찾았던 곳이 바로 사임당이 생전 거주했던 오죽헌이다. 단순히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이영애의 삶은 사임당과 근거리에 있었다.
SBS스페셜 2부작 ‘이영애의 만찬’에 출연한 모습. 사진제공=SBS
이영애는 <사임당>에서 또 다른 한류스타인 송승헌과 호흡을 맞춘다. 그는 풍류를 즐기는 조선 시대 예술가 이겸 역을 맡은 송승헌과 러브라인도 형성한다. 실존 인물이었던 사임당과 가상의 인물인 이겸의 만남은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드는 <사임당>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러브라인을 연기하는 건 10년 만에 처음이에요. 너무 떨려서 NG도 많이 냈어요. 그래서 송승헌 씨에게 서로 익숙해질 쯤 찍자고 해서 중요한 장면의 촬영은 뒤로 미루고 있어요. 그런 떨림이 화면 속에서 보이면 더 좋을 거 같아요(웃음). 현장 여자 스태프들이 송승헌 씨가 연기하면 모니터 앞에 몰려들기 때문에 제게는 송승헌 씨가 질투와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해요.”
이영애가 짊어진 짐의 무게는 대단하다. <대장금>이 드라마 한류를 촉발시켰기 때문에 이영애가 다시금 한류 열풍에 불을 댕겨주리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대중은 단순히 <사임당>의 성공을 넘어 ‘제2의 <대장금>’이 될지 궁금해 하고 있다.
<사임당> 스틸컷. 사진제공=그룹에이트
이영애는 이제 흔한 여배우가 아니다. 한국 드라마사의 아이콘이 됐고, 각종 선행을 쌓으며 사회 공헌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 초에는 한국 여행을 왔다가 병원 치료를 받은 후 발이 묶여있던 대만 여행객을 위해 치료비 전액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연기 외적으로 그의 활동에 대한 대중의 관심 역시 높다.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일까 많이 생각해봐요. 사임당과 같이 이영애로서의 삶도 제가 가진 재능으로 많은 일을 하며 주변을 돕고 나누고 살고 싶어요. 그러면서도 아내이자 엄마로서 균형 있는 삶을 사는 것이 모든 여성들의 이상적인 삶이 아닐까요? 쉽지 않은 삶이지만, 그런 삶을 살려고 해요.”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