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대란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 이달에 결정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현재 0%대에서 3~4% 수준까지 올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제금리가 상승할 경우 급격한 자본이동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도 금리인상 정책을 펼 가능성이 크다. 그리하여 시중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와 가계부채의 연쇄부도가 현실화하고 부동산 시장은 파국을 맞을 수 있다.
정부도 위기 가능성을 공식화하고 있다. 얼마 전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분양시장의 과열 조짐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동산 정책을 바꾸어 주택공급 물량을 조절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정부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의 부작용으로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자 주택담보대출에 제동을 걸어 상환능력이 없으면 대출을 받지 못하게 했다.
향후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대출규제를 더 강화하여 LTV(주택담보대출비율)이나 DTI(총부채상환비율) 중 한 쪽이라도 60%가 넘으면 분할상환을 의무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공급물량 조절과 대출규제 추가 강화 조치가 함께 취해질 경우 부동산 시장은 빠른 속도로 추락할 수 있다.
부동산 경기 하락은 이미 지난 11월부터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계속 하향세이고 미분양 주택은 다시 증가세다. 특히 관악구, 노원구, 강동구 등 서울의 일부 지역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와 가계부채 관리 대책은 부동산 경기를 부양해서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기존의 정부 경제정책 기조를 뒤집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자칫하면 부동산 시장 회복과 경기활성화를 동시에 잃고 가계부채의 빚더미 위에 올라앉는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 현 단계에서 급격한 냉·온탕 식 정책은 금물이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예측하고 이에 맞추어 부동산 정책과 대출 정책을 수립해 점차적으로 과열을 진정시키면서 부동산 시장을 발전시키는 일관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경제를 살리는 정책이다. 경제가 회복해야 주택에 대한 구매 수요가 늘어나 부동산 시장의 위기를 막는다. 구조개혁을 과감하게 하고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 혁신 정책을 펴야 경제와 부동산 시장이 함께 살아난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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