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초등학교 때까지 농구를 했다. 현재 내 모습만 보고 사기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제8회 소년체전에 서울 대표로 출전해서 우승도 했다. 당시 소년체전 결승전에서 경기대표와 맞붙었는데 그중에 강동희 선수가 포함되어 있었다.
지금도 큰 키는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한마디로 “뭐”만 했다. 키만 놓고 따진다면 강동희는 중학교 때 잘려야 정상이다. 하지만 중앙대학교의 한창 전성기 시절에 핵심 멤버로 활약했고 프로에 입단해서도 간판 스타 노릇을 하고 있다.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했다는 증거다.
강동희보다 더 선배인 허재는 마흔에서 한 살 빠진다. 그런데도 20대 초반 영계들보다 더 잘뛰고 승부욕도 대단하다. 사실 허재는 술 잘 먹기로도 유명하다. 주량도 세지만 너무 자주 먹어서 비난받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코트 위에선 누구보다 열심히 했기 때문에 지금도 ‘농구 9단’ 소리를 듣고 있다.
야구쪽으로 가면 한화 김정수(41) 한용덕(38) 송진우(37) 기아의 이강철(37) 롯데 김응국(37)이 현역 최고참 선수들이다. 특히 김정수는 한국 나이로 42세다. ‘까치’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전투적인 투구로 유명한 김정수는 많은 팬을 몰고 다니던 선수였다. 배짱이 두둑해서 큰 경기에 강한 전형적인 승부사다. 이제는 예전처럼 마운드 위에서 강한 카리스마는 느껴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타자한테 기죽어 빌빌 도망가는 피칭도 하지 않는다.
한용덕은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트럭 운전사도 아니고 운전사 보조 경력이 있다. 그러다 뒤늦게 프로에 들어와 아직까지 마운드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남들하고 똑같이 생활했다면, 특히 똑같이 자고 똑같이 훈련했다면 한 1~2년 하다가 다시 운전대를 잡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항상 열심히 운동하고 겸손한 자세로 인해 후배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송진우, 두말이 필요 없는 국내 최고의 좌완 투수다. 37세의 나이로 다승 부문 2위에 오를 만큼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별명이 ‘뺀질이’인데 별명처럼 꾀도 많고 못하는 운동이 없을 만큼 만능 스포츠맨이다. 그는 고교시절부터 팬을 몰고 다녔다.
이강철은 한때 중•고교 선수들이 그의 폼을 그대로 따라할 정도로 완벽한 투구폼을 갖고 있다. 또 10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기록해 기량 역시 최고였다. 오른손 타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투수하면 10명 중 9명이 이강철을 꼽았다. 지금도 팬클럽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모든 운동은 젊고 패기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현대 스포츠는 ‘파워’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경기나 팀이 어려울 때, 그 고비를 해결할 수 있는 선수는 역시 노장들이다. 그래서 이들이 오랫동안 현역에 있어야 한다는 이유다. “노장 파이팅!” SBS 해설위원
온라인 기사 ( 2024.12.11 11: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