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얼마전 월드컵 때문에 온나라가 들썩거렸는데 솔직히 말해 박지성 김태영 최진철, 이 사람들 축구 제대로 못했다면 결혼전선(?)에 지장이 있음은 물론이고 길에서도 검문 꽤나 당할 만한 얼굴이다. 하지만 요즘 그들을 보면 장동건, 정우성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잘생겨 보인다. 비단 축구 실력만 얘기하는 게 아니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멋있다는 얘기다.
웬만한 야구팬이라면 박철순 선수를 거의 알 거다. 그때까지만 해도 운동선수하면 시꺼멓고 투박한 인상이 기본일 때다. 그런데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웬 늘씬하게 빠지고 얼굴도 강남 귀족처럼 생긴 ‘영계’가 당대 최고라는 타자들을 맘껏 농락하는 게 아닌가. 한마디로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었다. 당시 연예계 쪽에도 박철순 만한 인물은 드물었다.
▲ 김태영(왼쪽), 장동건 | ||
5년 연속 20세이브 포인트에 빛나는 두산의 진필중. 박철순이 잘생겼다면 진필중은 안(?)생긴 축이다. 한쪽 귀에다 피어싱을 해서 시선을 분산시키려 노력하지만 애석하게도 귀는 얼굴 바깥쪽에 붙어 있어 노력에 비해 효과는 별로인 듯하다. 진필중은 시즌 전만 해도 그를 아끼는 팬들이나 두산 코칭 스태프를 꽤나 마음 졸이게 만들었다.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진출을 눈앞에 두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물거품이 되면서 한때 숙소에서 두문불출하며 식사까지 거부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몸에 좋은 음식을 매일 섭취해도 픽픽 쓰러질 만큼 힘든 운동이 전지훈련인데 진필중은 며칠을 굶었으니 두산 식구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즌이 개막되고 한두 점차 승부에서 마운드에 올라간 진필중은 ‘사각 얼굴’을 들이밀며 타자들을 압도해 나갔다. 두산팀 아니 한국 프로야구 전체 팬들한테는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현재 구원투수 부문 1위에 올라있는 진필중, 그는 분명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미남이 확실하다.
이병훈 SBS 야구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