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는 장기계약 협상의 후유증으로 지난 99년에도 전반기 17게임에서 5승7패에 방어율 6.52로 부진한 적이 있다. 올해는 부상에다 리그 변경과 거액의 장기계약에 따른 에이스로서의 부담감 등이 겹치면서 부진을 거듭했다. 후반기에 7연승을 거두면서 부활했던 99년의 모습을, 박찬호가 올 후반기에도 다시 보여줄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물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우선 정신적인 안정이 눈에 띈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부상을 당하자 경험이 없던 박찬호는 서둘러서 현역 복귀를 자청했고, 결국 그것이 부진으로 이어지는 한 원인이 됐다. 그러나 최근 다저스 시절부터 대선배인 오렐 허샤이저가 투수 코치가 되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안정을 찾았다. 본인도 주위에 대한 부담감이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승리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다는 투지를 다시 가다듬고 있다.
그러나 빅리그가 정신력만으로 통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박찬호의 후반기 부활의 열쇠는 강속구 구위 회복이다. 전반기 박찬호는 최고 구속이 1백51km였고, 1백45km를 밑도는 패스트볼도 많이 나왔다.
작년 5월 찾아온 허리 통증 이후 장거리 달리기를 하지 못한 것이 하체 부실로 이어지며 큰 영향을 끼쳤다. 허리 통증에서 벗어난 지난 스프링 캠프부터 달리기를 재개하려고 했지만, 코치의 잘못된 조언으로 역시 장거리 달리기를 포기한 것은 악재였다. 박찬호는 한달여 전부터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리기만으로 강속구의 구위가 전과 같이 회복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하체의 힘을 실은 꿈틀대는 공 끝은 찾을 수 있다.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