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알루가 부상에 허덕이고 투수진이 무너지며, 마이너리그에서 최고 유망주 투수라는 마크 프라이어까지 일찍 데려오는 등 안간힘을 썼으나 초반부터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결국 구단에서는 최근 단 베일러 감독을 해고하고, 트리플A의 브루스 킴 감독을 승격시키며 물갈이를 시작했다.
킴 신임 감독은 올해부터 최희섭이 뛰던 아이오와 컵스의 감독이었고, 평소에도 최희섭을 1루수겸 4번 타자에 중용해온 점을 감안하면 기대는 커진다. 그러나 그보다는 선결 문제가 있다. 컵스는 올 시즌을 완전히 포기하고 팀 정리에 들어가야 한다. 컵스는 7일 현재 35승51패로 중부조 선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12게임이나 뒤진채 6개팀중 5위로 처져 있다. 7월31일의 트레이드 데드라인 전에 팀을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
정리 우선 대상이 팀내 연봉 2위(725만달러)인 1루수 프레드 맥그리프라는 점은 유리하다. 우승권에 있는 많은 팀들이 투수를 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맥그리프는 충분히 효용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39세의 노장임에도 올시즌 17홈런에 55타점으로 제몫을 해주고 있어, 그의 전 소속팀중 하나인 애틀랜타처럼 1루수가 절실한 팀에서는 눈독을 들일 만하다.
최희섭은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을까.
작년에 이어 연속으로 퓨처 게임에 선발됐으니 이미 인정은 받고 있다. 퓨처 게임은 올스타전에 앞서 마이너리그의 미래 스타들을 선정해 벌이는 일전으로, 미국팀과 국제팀으로 나뉘어 벌어진다. 최희섭은 작년에는 부상으로 뛰지 못했으나, 올해 다시 선정돼 추신수, 송승준과 함께 출전했다.
최희섭의 올해 성적도 나쁘지 않다. 84게임에 출전해 2할8푼9리의 수준급 타율에 16홈런 58타점, 59득점의 활약을 펼쳤다. 2루타 13개에 3루타도 2개나 된다. 힘만 있고, 걸음은 느린 전형적인 1루수보다 장점이 있음을 보여준다. 4구도 57개를 골라 선구안도 나쁘지 않다. 단 삼진이 67개로 개선의 여지가 있다.
최희섭이 메이저리그에 합류하면 초반에는 당연히 고전할 가능성이 많다. 잠깐 반짝할 수도 있지만, 상대 투수들이 그를 파악하기 시작하면 철저한 견제가 들어올 것은 자명한 사실. 결국 변화구 공략 능력이 최희섭의 성공시대를 가늠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빠른 볼은 마이너리그에도 얼마든지 좋은 투수들이 많지만, 빅리그의 변화구 위력은 정말 대단하기 때문이다. 커브, 슬러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스플릿 핑거, 포크볼, 너클볼, 너클 커브, 싱커, 업슈트 등 손가락에 다 꼽기도 어려운 다양하고 위력적인 변화구 공략법을 얼마나 빨리 체득하고, 적응하느냐가 문제다. 그러나 그의 잠재력과 파워를 겸비한 부드러움은 성공 가능성을 아주 높여준다.
최희섭이 주전으로 자리를 잡을 경우 한국 야구의 메이저리그 도전사는 또 다른 장을 열게 된다. 5일마다 등판하는 선발투수나, 등판이 정해지지 않은 구원 투수와는 달리, 매일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는 타자가 활약을 시작하면 그 여파는 대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타를 쳐대고 홈런이라도 펑펑 날려준다면, 투수들과는 또 다른 흥분을 팬들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희섭의 빅리그 진입이 7월이 될지, 9월이 될지는 아직 미정이다. 그러나 시간 문제일 뿐 컵스의 주전 자리를 꿰찰 것이라는 기대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민훈기 스포츠조선 미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