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심리로 8일 진행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67)은 재판에 앞서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검찰의 기소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의견서를 통해 “임무를 위배한 적도 없고 회사에 손해를 끼치려는 의사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코스틸 관련해 취업 청탁 의혹과 슬라브 공급 계약에 관여한 점, 와인 받았다는 점도 사실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정 전 회장 측은 법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80)에게 뇌물을 주고 공장 건설을 위한 고도제한 완화 청탁을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이 전 의원이 고도제한 완화를 추진한 적이 없고 이 전 의원의 직무와는 관련도 없는 사안”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정 전 회장 측은 “고도제한 문제는 전국 군사지역과 연결돼 있는 문제로 이 전 의원이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실제 문제 해결도 국무총리실 산하 행정조정위원회에서 이뤄졌다”며 “포스코 임직원들이 이 전 의원에게 보고한 사실은 있지만 지역 의원이기 때문에 보고한 것이지 정치적으로 해결해주길 바라서 보고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전 회장 측근 박 아무개 씨가 지분을 취득한 것도 제강공장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며 “이구택 전 회장이 해주기로 이미 승인된 사항이며 결정이 정 전 회장 취임 이후 나온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함께 기소된 전 아무개 전략사업실장(55), 정 전 회장 처사촌동서 유 아무개 씨(68) 역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한편 같은 재판부 심리로 같은 날 진행된 포스코켐텍 조 아무개 전 사장(63)에 대한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도 조 전 사장은 혐의를 부인했다. 다만 기록에 대한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의견 표명은 유보했다.
정 전 회장은 전 실장과 함께 지난 2010년 5월 포스코가 부실기업으로 평가되던 성진지오텍의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도록 지시해 포스코에 1592억 원 가량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지난 11일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64),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60) 등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정 전 회장은 지난 2010년 이 전 의원의 요구를 받고 이 전 의원 측근 박 씨가 운영하는 티엠에크에 포스코켐텍의 외주 용역을 몰아주도록 지시해 12억 원을 챙기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조사 결과, 정 전 회장은 지난 2009년 8월 자신이 추진했던 포항지역 신제강공장 증축공사가 군 공항 관련 고도제한을 위반해 중단되자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형이자 현역 국회의원인 이 전 의원에게 해결을 부탁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 전 회장은 처사촌동서 유 씨와 함께 지난 2006년 1월~2015년 5월 슬래브를 공급해주는 대가로 박재천 코스틸 회장(59)으로부터 4억 7200만 원과 골프 접대를 받고 최고급와인 ‘로마네콩띠’를 선물 받은 혐의도 받았다.
조 전 사장은 포항제철소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이 전 의원 측근 등에게 일감을 몰아준 혐의(뇌물공여)로 기소됐다.
정 전 회장 등에 대한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2016년 1월 25일 오전 10시 3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또 조 전 사장에 대한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은 같은 날 오전 11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