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엔 우리가 짱이야. 국가대표 ‘형님’들과 러닝을 하고 있는 최성국(왼쪽) 여효진. 그들 은 홍명보 같은 대선수와 훈련을 같이 한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고 한다. 특별취재단 | ||
여효진은 처음 대표팀 합류 당시 믿어지지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의 우상이었던 홍명보와 함께 식사를 하고 차를 타며 훈련을 같이 한다는 사실이 보름이나 지나서야 현실로 받아들여질 만큼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처음엔 홍명보의 카리스마에 압도돼서 감히 가까이할 엄두를 못냈으나 주장으로서의 엄격함과 함께 선배로서의 자상한 인정까지 갖춘 것을 보고 더욱 매료되고 말았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이영표와 송종국은 여효진을 교화시키려고 무척 잘해줬다고 한다. 같은 교회에 다니자고 제의할 만큼 열렬한 ‘전도 사업’을 벌였으나 긍정적인 대답을 얻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훈련하면서 형들에게 뭔가를 요구할 때도 있는데 한동안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처음에 천수형이 명보형에게 장난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감히 상상조차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명보형 성격이 참 좋구나 싶었다.”
최성국은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 속상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고 털어놓는다. 훈련 파트너가 아닌 엔트리에 올라 정규 멤버로 활약하고 싶다는 욕심이 어느새 차올랐기 때문이다. 욕심을 갖지 않으려고 해도 형들 게임하는 거 보면 슬며시 부화가 일었다. 나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잘할 것 같은데 그럴 수 없다는 현실이 서글펐다. 히딩크 감독에게 구박을 하도 많이 받아서 더욱 힘들었던 것 같다.”
최성국은 홍명보가 너무 어려웠다고 말한다. 카리스마가 강한 데다 말수도 적어 무서웠던 것. 반면 김병지는 친형처럼 잘 보살펴줬다.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 속이 상했을 텐데도 내색하지 않고 항상 웃는 모습으로 후배들을 다독이고 이끌어준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최성국은 “대표팀에서 나오기 전에 히딩크 감독에게 꼭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었다. 나의 부족한 점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고 싶었는데 기회를 놓쳐 아쉽다”고 말했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