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 신부’ 베니테즈, 고아원 운영 위해 링 위에 올라
2006년 제작된 잭 블랙 주연의 <나쵸 리브레>는 수도원의 요리사인 주인공이 신분을 숨긴 채 복면을 쓰고 링 위에 오르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그런데 사실 이 영화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은 멕시코의 신부인 구티레즈 베니테즈(70)다. ‘복면 신부’라고 불리는 베니테즈 신부는 복면을 쓰고 설교도 하고, 또 링 위에 올라 레슬링도 하는 이른바 ‘투잡족’이다. 복면을 쓰고 링 위에 올라 프로 레슬러로서 활동을 할 때 사용하는 이름은 ‘프레이 토르멘타’다.
그렇다면 신부는 왜 프로 레슬러가 됐던 걸까. 그가 복면을 쓰고 링 위에 올랐던 이유는 다름 아닌 고아원 운영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고아원을 운영하면서 270명의 고아들을 돌보고 있는 신부는 과거 지역 교구로부터 이렇다 할 재정적 지원을 받지 못하자 직접 운영비를 마련하기로 결심했다.
영화 <엘 세뇨르 토르멘타>에서 영감을 얻어 프로 레슬러가 되기로 결심했던 신부는 1년 동안 매일같이 체육관에 나가 연습을 했다. 그리고 직접 노란색과 빨간색이 섞인 복면을 제작하고 링 위에서 사용할 예명도 ‘프레이 토르멘타’라고 지었다. 첫 번째 시합에서 그가 벌어들인 돈은 고작 200페소(약 2만 원)가 전부였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링 위에 올랐고, 그렇게 점차 경험이 쌓이면서 실력이 늘자 수입도 덩달아 늘어났다.
뿐만이 아니었다. 점차 지역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신부를 소재로 한 영화도 속속 만들어졌다. 1991년 제작된 프랑스 영화 <황금 마스크를 쓴 사나이>와 2006년 할리우드 영화 <나쵸 리브레>가 대표적이었다.
지난 2011년 프로 레슬러로서 은퇴한 신부는 지금도 가끔 복면을 쓴 채 미사를 집전하는 등 지역민들을 위한 나눔과 봉사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