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계방송을 하다보면 혹시 저 행동이 타자들한테 유행처럼 번져있는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뭐냐하면 타자가 타석에서 주심을 뒤돌아서 한두 번 쳐다보는 것이다. 설마 경기 끝나고 맥주 한 잔 하자고 약속하는 건 아닐 테고 그렇다고 주심이 피곤할까봐 걱정돼서 쳐다보는 것도 아닐 것이다. 이유는 뻔하다. 지금 들어온 공이 ‘스트라이크 맞냐’는 뜻이다.
요즘 타자는 10명 중 8명이 그렇다. 특히 자기가 못치는 코스에 공이 들어오면 ‘도다리눈’을 뜨고 궁시렁대기까지 한다. 중계석에서 느린 화면으로 봐도 분명 스트라이크가 맞다. 어느 선수는 상대선수한테 스트라이크냐고 물어보기까지 한다.
그러면 그 포수가 “아니 완전 볼이야”라고 대답하겠는가. 쓸데없이 심판 자극해봐야 결국 손해 보는 건 자신이다. 투수와 싸울 생각을 해야지 심판을 쳐다본들 저만 손해다.
덕아웃에서 보면 측면이기 때문에 공에 높낮이는 보이지만 양쪽 옆으로 가는 공은 보이지 않는다. 타자가 자꾸 심판한테 엉기면 벤치에서도 심판을 불신하게 된다. 그리고 한 시즌에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아슬아슬한 볼을 몇개나 쳐서 안타로 만들겠는가. 대부분 투수의 실투를 받아치는 거다.
특히 아무개 선수는 방망이 거꾸로 잡고 쳐도 3할을 친다는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시시콜콜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깝다. 요즘 보기 민망할 정도로 떨어진 타율을 끌어올리는 데나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야구 좀 되는 M선수, 올 들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좀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여러 번 목격하는 바지만 찬스 때 삼진을 당하면 심판에게 성질부리고 방망이 내팽겨치고 헬멧 집어던지는 버릇이 마치 조급증환자가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상대 투수와 심판이 짜고서 엿이라도 먹인단 말인가. 삼진당한 망신을 전가하려는 것은 아닌가. 체면으로 치면 상대 투수도 죽기살기로 최고의 공을 던지려고 노력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얼마전 심판 몇 명과 술자리를 한 적이 있다. 거기서 아무개 심판은 오늘 자신이 실수를 하나 했다며 “승패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해당 선수한테 미안하다”고 우울해 했다. 그런데 더 괴로운건 그 선수가 거의 반말투로 항의를 하고 코칭 스태프까지 나와서 이의를 제기해 제발 집에서 부인과 아이들이 TV를 보고있지 않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같은 야구인으로서 최소한 ‘자괴감’이 들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필자는 중계 때문에 지방출장을 자주 간다. 얼마전 출장에서는 홈팀이 지는 경기를 중계했다. 그래도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 얼굴이라도 보려고 팬들은 선수단 주차장에 잔뜩 모여 있었다. 그때 야구 꽤나 하는 선수가 반바지에 민소매 차림으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누가 봐도 프로선수 복장이라기보다 극장에서 암표 파는 사람 복장이었다.
그때 한 남자가 “K선수, 공인이면 공인답게 복장에 신경 좀 쓰시오”라고 핀잔을 줬다. 그러자 K선수 “아저씨가 옷 사줘봤어?”하는 게 아닌가. 다른 선수는 팬이 주는 음료수를 뿌리치며 그 속에다 이상한 거 섞은 거 아니냐며 그냥 가버렸다. 여학생이 버스비 아껴가며 준비한 음료수였을 거다. 그런데 이상한 약을 타다니 이상한 약을 살 돈도 없을 것 같은 여학생은 충격을 받아 눈물을 흘렸다.
야구장에 초청받아 VIP석에서 보는 돈 많은 사람들보다 용돈 아껴가며 야구장에 돈내고 들어오는 팬이 진정한 팬이라는 걸 그 ‘싸가지 없는’ 선수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SBS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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