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으로부터 ‘역대 한국의 최고 수출품’이라는 극찬을 받았고, 아직도 발전가능성이 무한한 박세리를 삼성은 왜 포기했을까. 박세리는 도대체 얼마나 엄청난 액수를 불렀기에 재계약이 불발로 끝났을까. 숱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삼성-세리의 결별과 ‘오히려 잘됐다. 경제적으로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역설적인 분석이 제기되는 향후 박세리의 스폰서십을 살펴봤다.
삼성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계약기간이 5년 남은 시점에서 계약이 해지된 것은 양측의 (돈에 대한) 견해차가 심한 것이 직접적인 이유지만 이미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선수로 성장한 박세리를 더 넓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두말할 것 없이 이 내용에는 박세리가 수용할 수 없는 뭉칫돈을 요구했다는 것이 암시돼 있다. 박세리는 이번 재계약 과정에서 세계적인 스포츠 매니지먼트 회사 IMG를 내세웠는데 5년간 ‘1백50억원(세금제외)’에서 ‘4백5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제시했다는 설이 흘러나왔다.
▲ 박세리는 삼성과 결별한 후 더 많은 스폰서들의 주목을 받게 됐다. 왜냐고? 그는 몸 전체가 걸어다니는 광고판 이기 때문이다. | ||
박세리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이성환씨는 “돈 때문에 삼성과 헤어졌다고들 하는데 부인하지 않겠다. 하지만 박 프로가 터무니없이 많은 액수를 불렀기 때문에 헤어진 것만은 아니다. 액수는 협상을 통해 여러 가지 방식으로 맞출 수 있었지만 삼성의 투자 마인드가 문제였다. 오히려 그동안의 과정을 보면 삼성이 세리에게 해준 것보다 세리가 제공한 것이 더 많다는 분석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 짧은 생각에 섣불리 박세리를 포기했다는 주장이다.
박세리는 96년 삼성과 향후 10년간 30억원을 지원하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조건에 계약을 맺었다. 98년 IMF 경제위기와 맞물려 한층 화제를 낳았던 박세리의 세계 제패가 연출되며 삼성은 그해 CF출연료 등으로 66억원의 보너스를 지급했고, 이때 계약서를 수정해 계약 6년째인 올 초 계약조건을 재협상하기로 했다.
애초에는 없던 재협상 문항이 들어간 것 자체가 삼성이 엄청나게 폭등한 박세리에게 몸값을 제대로 줄 수 없으니 나중에 다시 논의하자고 한 셈이다. 66억원도 당시 국민들의 박세리에 대한 열광적인 성원과 찬사를 고려하면 실제 광고출연을 통해 본전을 충분히 뽑았고 더욱이 보너스로는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다.
이것을 제외하면 박세리가 연간 3억원에 부친 박준철씨의 삼성그룹 이사 대우 등 부대조건을 얻은 외에 세계 정상의 선수로 성장한 위상에 비하면 푸대접을 받아온 셈이라는 주장이다. 참고로 박세리보다 1년 늦게 미 LPGA에 합류했고, 객관적인 유명세나 전적이 상대적으로 박세리에 크게 떨어지는 김미현은 연간 5억원에 KTF와 계약을 맺고 있다. 결과적으로 박세리측은 삼성이 최초에 자신을 발굴한 것은 고맙지만 그만큼 싼 값에 기업 이미지에 충분한 도움을 줬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골프여왕’ 박세리는 그 당당한 걸음걸이 만큼 여유가 있다. 삼성이 없더라도 스폰서십을 받을 곳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예전에는 삼성그룹이 웬만한 물건은 다 생산하는 탓에 이것저것 스폰서 제의를 거절하기가 바빴는데 이제 맘껏 활용하게 됐다고 반기고 있다. 이미 몇몇 골프용품 회사와 모자에 타이틀 로고를 새기는 조건으로 연간 수십만달러(수억원)의 후원을 받기로 합의한 상태다.
골프는 광고효과가 큰 종목. 모자만 해도 정면 메인과 사이드로 나누어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여기에 선글라스 의류 신발 볼 클럽 캐디백 등 선수의 차림새 전체가 광고판이다. 성적이 우승권일 경우 거의 모든 대회가 미국 전역은 물론 국내까지 생중계되는 세상이다. 하루 2시간씩만 따져도 4일이면 TV 노출효과가 엄청나다. 박세리는 향후 외국기업은 물론 국내의 많은 기업과도 접촉해 하나씩 후원계약을 맺을 방침이다.
마음이 편해져서일까. 박세리는 6월 초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한층 더 상품성을 높였다. 박세리는 계약은 끝났지만 이 대회까지 삼성 모자를 쓰고 나오는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유병철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