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네갈 디오프(왼쪽), 독일 클로제 | ||
별들의 향연 2002한일월드컵이 그 화려한 막을 내렸다. 기존 강호들의 몰락과 축구 변방국들의 약진이 어우러지면서 자신의 진가를 드높게 알린 새별들이 있었는가 하면 몸값에 걸맞지 않는 성적 탓에 눈물을 흘리는 선수도 있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희비가 교차한 스타플레이어들의 몸값 판도 역시 크게 바뀔 전망이다.
한일월드컵 개막 전 몸값에 걸맞게 최고 영웅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스타는 단연 전 대회 우승국 프랑스의 지단이었다. 세계 최고 미드필더인 지단은 지난해 이탈리아 유벤투스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옮기면서 이적료 6천5백만달러(약 8백13억원)을 기록,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남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지단은 불의의 부상으로 이번 월드컵 조별예선 두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조국 프랑스가 검은 돌풍 세네갈에 격침당하더니 결국 조별예선 탈락의 치욕을 겪는 것을 지켜보며 짐을 꾸려야만 했다. 지단에 이어 이적료 랭킹 2, 3위를 달리는 포르투갈의 피구와 아르헨티나의 크레스포 역시 이렇다할 활약 없이 조별예선 탈락 이후 고향행 비행기를 탔다.
반면 약체로 평가되던 국가들의 선전이 거듭되면서 한일월드컵은 몸값 신데렐라를 양산했다. 얼마전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이 스포츠에이전트 제롬 앤더슨의 자문을 받아 작성한 ‘몸값 폭등 예상 선수 베스트 12’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검은 돌풍 세네갈의 스트라이커 디오프. 〈가디언〉에 따르면 디오프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최고 2천2백만달러의 몸값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프랑스 랑스 소속인 디오프의 현재 몸값은 현재 7백50만달러.
조별예선 독일전에 교체멈버로 나와 아일랜드 16강 교두보를 만든 더프 역시 디오프 수준의 몸값을 기록할 것으로 〈가디언〉은 전망했다. 현재 잉글랜드 블랙번에서 활약하는 더프의 몸값은 9백만달러이다.
무명이었던 독일의 클로제는 이번 월드컵에서 헤딩슛의 진수를 보여주며 일약 스타덤에 뛰어올랐다. 클로제는 4백50만달러의 몸값을 1천5백만달러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보도됐다.
〈가디언〉은 한일월드컵으로 인해 최고 몸값 수혜를 받을 선수로 잉글랜드 수비의 핵 퍼디낸드를 지목했다. 덴마크와의 16강전에서 골을 성공시켜 화력을 겸비한 빗장 수비수로 통하는 퍼디낸드는 최고 5천2백50만달러의 몸값으로 잉글랜드 최고 스타 베컴의 몸값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예측됐다.
▲ 박지성과 송종국 | ||
그밖에도 덴마크 중원사령관 롬메달은 종전의 9백만달러에서 1천5백만달러로, 스페인의 거미손 골키퍼 카시아스는 4백50만달러에서 1천1백25만달러로, 터키 골잡이 사스는 6백만달러에서 1천50만달러로, 스웨덴 골잡이 스벤손은 6백만달러에서 1천1백25만달러로 몸값이 상향조정될 것으로 〈가디언〉은 예측했다.
수많은 신성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나타났지만 외신들이 예측한 최고의 신데렐라는 단연 안정환이었다. 〈가디언〉은 안정환의 몸값이 현재 75만달러에서 최고 9백만달러까지 12배 가량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소속 구단 이탈리아 페루자 구단측이 안정환에 대한 망언에 이어 사과를 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도 무섭게 상승하는 안정환의 가치 때문이다. 안정환측은 현재 억지 소유권 주장을 펼치는 페루자를 떠나 잉글랜드나 스페인 리그로의 진출을 모색중이다.
작지만 빠른 발로 적진을 유린했던 이천수는 최근 스코틀랜드 리그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1백14년 전통의 글래스고셀틱이 이천수 소속 구단 울산 현대에 이적료 1백여원을 제시한 것이다.
박지성 역시 주목된다. 외신들이 “유럽 어딜 가도 통할 선수”라 극찬한 박지성은 이번 월드컵에서 공격, 미드필더, 수비를 모두 해낼 수 있는 팔방미인의 면모를 보였다. 잉글랜드 명문 첼시가 가장 적극적으로 박지성 영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설기현을 방출하려했던 벨기에 안더레흐트도 최근 안달이 났다. 파워와 스피드를 겸비한 스트라이커의 면모를 보인 설기현의 주가가 날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차범근 전 국가대표감독 아들 차두리도 독일 레버쿠젠 입단이 유력해 보인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독일 분데스리가에 차붐을 일으킬 것으로 독일 현지 언론이 예측하고 있다. 멀티플레이어 송종국, 한국의 다비즈 김남일, 꾀돌이 테크니션 이영표에게도 잉글랜드와 스페인 구단에서 러브콜을 보내는 중이다.
태극전사들의 이 같은 호황세는 에이전트들의 반응에도 잘 나타난다. 이들은 “예전엔 사정해가며 유럽팀에 우리 선수 자료를 보내줬지만 지금은 그들이 먼저 자료를 요청해온다. 요즘처럼 일하기 편한 적도 없었다”며 활짝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