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센터에서 통역을 담당한 조예성씨는 외신 기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고 한다. | ||
외모도 훌륭했지만 영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불어 등 다양한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은 물론 몸에 밴 친절 때문에 외국 기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그 주인공은 브라질에서 법학을 전공한 조예성씨(28)로 외국 기자들 사이에선 ‘미셸’이란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지난 29일 한국과 터키의 3·4위전이 열리기 전에 SMC에서 우연히 만난 조씨는 한국 선수들의 인터뷰 매너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았다. 영국의 BBC 방송을 비롯해 수많은 외국 기자들이 한국 선수들의 인터뷰 매너가 너무 엉망이라며 강한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는 것. 인터뷰하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 고개를 푹 숙이고 마치 죄인인 양 믹스트 존(공동취재구역)을 성급히 빠져나가는 태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었다.
“가장 비난을 많이 받은 선수가 미스터 안(안정환)이다. 스페인 기자단은 안이 외국 나오기만을 벼르고 있고, 포르투갈 기자들은 안만 보면 화가 난다고 씩씩거렸다. 한 기자는 자기가 호나우두 히바우두 라울 베컴 등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과 모두 인터뷰를 했는데 왜 안은 경기에서 이긴 뒤에도 인터뷰를 안하고 도망가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솔직히 나도 그 점을 납득하지 못하겠다.”
외국 기자들마다 조씨에게 안정환과의 인터뷰를 성사시켜 달라고 졸랐으나 조씨의 외침에 가까운 부탁에도 안정환은 얼굴도 돌리지 않고 인터뷰장을 빠져나갔다. 처음엔 선수편에서 외국 기자들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던 조씨도 더 이상의 감싸기를 포기했다고.
포르투갈의 마누엘 깨이로즈라고 신분을 꼭 밝혀달라는 방송 기자는 “안정환이 외국 진출에 대한 꿈이 있다면 먼저 외국 언론들에게 마음을 여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해외 언론을 대상으로 자신을 PR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왜 걷어차는지 알 수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반면 골키퍼 이운재는 외신들로부터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 천편일률적인 한국 선수들의 인터뷰 내용과는 달리 이운재의 말솜씨는 재치와 재미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홍명보에 대해선 일정한 수준(class)에 오른 ‘격이 다른 선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고 브라질 기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나타낸 선수는 유상철이었다고 한다.
터키전 이후에도 안정환은 믹스트 존을 쏜살같이 지나쳤다. 그 다음엔 차두리가 뒤를 따랐다. 그 역시 내외신 기자들의 부름에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유유히 인터뷰장을 빠져나갔다.
“오늘 외국 기자들 대부분이 이곳에 오지를 않았다. 왜냐하면 한국 선수들이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는 불만 때문이다. 어차피 와봐야 인터뷰 못할 거라면 IMC(국제미디어센터)에서 TV로 경기를 보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조씨의 말을 듣고 보니 믹스트 존엔 국내 기자들만이 눈에 띄었다. 외국인들은 방송 취재팀뿐이었다. 정말 안타까운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