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나란히 피소 이것도 ‘핍박’입니까
조용기 원로목사가 최근 교회 돈 800억 원을 부당하게 챙겼다는 혐의로 또 다시 고발 당했다. 지난 5월엔 부인인 김성혜 한세대학교 총장이 미국으로 교회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고발 당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지난 10월 중순, 여의도순복음교회 일각에서는 심상치 않은 전언이 돌았다. 조용기 원로목사를 둘러싼 얘기였다. 그동안 워낙 여러 얘기들이 많았던 조 목사이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장로모임 측은 달랐다. 당시 장로기도모임 한 관계자는 “조만간 뭔가 나올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끝까지 캐묻는 기자에게 이 관계자는 “아직 안 된다. 기다려 달라”고 말을 아꼈다. 장로모임 측은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러다 지난 4일 이메일을 통해 기자회견 소식을 알렸다.
기자회견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조 목사와 조 목사 부인 김성혜 씨에 대한 추가 고발 △1차 고발했던 사건의 재판 진행 상황 △2013년 11월 14일 가졌던 기자회견 내용 관련 후속 조치 △조 목사와 그 일가 및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대한 요구 사항 등이었다. 기자회견 날짜는 8일이었다. 조 목사에 대한 추가 고발이 기자회견의 핵심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디데이를 하루 앞둔 7일 기자회견이 돌연 연기된 것이다. 이유는 바로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속한 교단(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여의도총회) 차원에서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기 때문이다. 비대위는 장로모임이 기자회견을 준비해 온 사실을 알고 “밖에서 해결하기보단 안에서 해결하자”며 설득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로모임 측에 따르면 비대위는 조 목사와의 면담을 통해 조 목사가 스스로 설교를 내려놓고 교회를 떠나도록 권유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장로모임 한 관계자는 “비대위와 회동을 두 차례 가졌다. 그 자리에서 조 목사와 그 일가가 퇴진하지 않고서는 현재 교회가 안고 있는 내홍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조 목사의 범죄사실과 타락에 대해 총회법 차원에서 징계해 줄 것을 비대위에 강력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출신이 아닌 목사들로 구성돼 객관성을 기한 것으로 보였다. 비대위원장에는 이재창 수원순복음교회 담임목사가 임명됐으며 교단 소속 목사 7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비대위는 지난 10일 중으로 조 목사와 면담을 갖겠다고 장로모임 측에 밝혔다. 기자회견까지 가지 않아도 내부에서 사태를 봉합할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그런데 막상 10일이 되자 비대위는 잠잠했다. 면담을 했는지 여부도 알 수가 없었다. 장로모임 측은 부글부글 끓었다. 내부에서 “또 당했다”라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장로모임 한 관계자는 “어쩐지 첫 번째 회동에서 기자회견을 연기해 달라더니 두 번째 회동에서는 ‘한 달을 기다려라’라고 하더라. 느낌이 심상치 않았다”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비대위 구성을 여의도순복음교회 현 담임목사인 이영훈 목사가 주도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조 목사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자회견을 막기 위한 일종의 ‘임시방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시각이다.
<일요신문>은 비대위원장인 이재창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다만 이재창 목사의 한 측근은 “비대위가 구성됐다는 얘기는 들었다. 며칠 전에 그 일로 서울을 몇 번 왔다갔다 하기도 했다. 그 이상의 내용은 모른다”라고 전했다.
비대위와의 약속이 틀어지자 장로모임 측은 “더 이상은 안 된다”며 강경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 와중에 10일에는 조 목사가 특별선교비 ‘600억 원’을 횡령하고 퇴직금 ‘200억 원’을 부당 수령해 검찰에 고발당했다는 보도가 터졌다. 기자회견의 핵심 내용이 먼저 보도된 셈이다. 장로모임 측으로서는 더 이상 기자회견을 망설일 이유가 없어졌다.
특히 이번 조 목사의 혐의는 800억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핵심은 특별선교비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조 목사의 해외선교 등을 위해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연간 120억 원씩 특별선교비를 배정했다. 총 600억 원을 수령한 셈인데, 문제는 영수증이 거의 없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특별선교비 문제는 이번에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지난 2013년 장로모임 측이 주최한 ‘제1차 조 목사 일가 비리 기자회견’에서 터져 나온 바 있다. 기자회견 이후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꾸려 49일간 조사를 벌였고, 특별선교비에 대한 문제를 일부 확인했다. 특조위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조 목사가 교회로부터 받은 특별선교비는 600억 원이 아닌 480억 원으로 밝혀졌는데, 이중 사용처가 확인된 금액은 113억 7800만 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366억 2200만 원에 대한 정확한 지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특조위는 사용처를 확인하기 위해 영수증을 확인하려 했으나, 조 목사 비서실은 영수증 보존 기간(5년)이 경과했다는 이유로 영수증을 폐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퇴직금 문제 역시 지난 2013년 기자회견을 통해 드러난 바 있다. 관건은 퇴직금 지급 절차다. 조 목사는 지난 2008년 5월, 2회에 걸쳐 200억 원의 퇴직금을 지급받았다. 특조위 조사 결과 퇴직금 지급에 관한 근거 규정과 당회 결의 절차가 미비한 정황이 밝혀지기도 했다. 다만 특조위는 당시 교회 재정분과위원회의 결의로 진행된 사안이기에 수령자(조 목사) 외에는 퇴직급 지급 내용이 외부에 공지될 사안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결국 검찰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조 목사의 횡령 등의 혐의가 또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논란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 목사뿐만 아니라 조 목사 일가의 비리 의혹도 다시 제기될 전망이다.
<일요신문>은 조 목사 부인인 김성혜 한세대학교 총장도 지난 5월 검찰에 고발을 당했다는 사실을 추가로 포착했다. 검찰과 장로모임 등에 따르면 김 총장은 부동산 투기 및 비리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미국 베네스다 대학교에 교회 자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을 당했다. 김 총장의 비리 혐의 액수는 약 150억 원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목사의 혐의와 더불어 김 총장의 혐의까지 사건은 합병돼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일단 조 목사와 관련한 사건을 형사2부에 배당하고 이달 초 고발인 조사를 마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며 “아직 수사 단계이므로 조 목사가 실제로 죄를 지었는지는 기다려봐야 안다”고 전했다.
고발인 조사를 받은 장로모임 관계자는 “오죽하면 이러겠느냐. 우리도 괴롭다. 조 목사가 자신이 저지른 잘못만 회개하고 물러나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는다”라며 “정의를 바로 세우고 교회를 정상화시키는 게 시급하다”라고 전했다.
한편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비대위 활동은 우리도 잘 모른다. 고발 내용을 아직 파악하고 있다. 지금으로선 딱히 입장이 없다”라고 밝혔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