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권 내려놔야 ‘5년 전쟁’ 끝난다
조 목사와 그 일가의 비리 의혹은 지난 2011년 처음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그해 3월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 30명은 조 목사 일가의 재정 비리를 심각하게 보고 개혁을 해야 한다며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장로모임)을 만들었다. 그리고 2011년 9월 조 목사와 장남 조희준 씨를 검찰에 고발했고, 결과적으로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8월 서울고등법원은 부당한 주식 거래로 교회에 ‘131억 원’의 손해를 끼치고 이 과정에서 세금 35억 원을 탈루한 혐의로 조 목사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조 목사의 배임 및 탈세 혐의를 법원이 인정한 셈이다. 현재 조 목사 측은 상고해 재판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장로모임은 2013년 조 목사 비리를 모두 모아 대대적으로 폭로하기도 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 목사의 불륜 의혹과 그 일가의 부패’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이었다. 당시 장로모임은 조 목사 일가의 재정 의혹 15가지, 불륜 의혹 1가지를 폭로했다. 이로 인한 교회의 피해액은 ‘5000억 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조 목사가 <빠리의 나비부인> 저자 정귀선 씨와 불륜을 저지르고 ‘15억 원’으로 입막음을 했다는 의혹은 교계와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줬다.
이후 장로모임은 법정 다툼에 직면했다. 불륜 의혹 당사자인 정귀선 씨가 2014년 1월 장로모임 측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이에 장로모임은 ‘무고’ 혐의로 정 씨를 고소하며 맞섰다. 수사기관의 조사가 한창이던 2014년 11월 정 씨는 직접 파리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대질심문에 응하기도 했다.
당시 대질심문에서 정 씨는 “불륜과 합의 사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이에 장로모임 측은 정 씨의 목소리가 담긴 녹취와 해당 증거를 들이댔다. 그럼에도 정 씨는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 조작이다”라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대질심문 후 파리로 돌아간 정 씨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잠적했다.
이후 1년 반가량 진행된 조사 끝에 검찰은 명예훼손과 관련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또한 장로모임 측이 제기한 ‘무고’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졌다. 정 씨가 파리에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무고 혐의와 관련한 수사가 어렵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명예훼손은 무혐의가 났지만 장로모임 측은 조 목사 측이 불륜 의혹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정 씨의 고소 배후에는 조 목사 측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무혐의 처분이 난 이후에도 정 씨 측은 명예훼손과 관련해 고등검찰청에 항소를 했지만 또 기각됐다. 그러자 지난 7월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하기도 했다. 재정신청은 지난 10월 말 또 다시 ‘이유없음’으로 기각됐다. 끈질긴 법정 싸움에 지친 장로모임 측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라며 본격적인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장로모임 측이 원하는 것은 조 목사가 진심으로 회개하고 ‘설교권’을 내려놓는 것이다. 비리 의혹을 가진 조 목사가 아직도 교회에서 떳떳하게 설교를 하는 게 정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 목사는 현재 주일 4부 예배 설교권을 갖고 있다.
실제로 조 목사는 지난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지 3일 만에 교회 강단에서 설교를 하는 등 건재를 과시했다. 이날 조 목사의 설교 주제는 ‘고난을 극복하는 세 가지 길’이었다. 자신의 유죄판결에 대해 “마치 조개가 진주를 만들 때 아파하는 것처럼 하나님이 신자를 진주처럼 만들기 위해 고난을 주시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조 목사의 ‘진주조개’ 발언에 교계 안팎에서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라는 비판적인 시각이 잇따랐다.
조 목사의 이러한 모습에 대해 지난해 3월 여의도순복음교회 내부에서는 최초로 ‘시무정지’ 움직임이 있었다. 교회의 ‘사법부’인 법제분과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조 목사의 시무정지 안건을 제기한 것이다. 시무정지가 된다면 조 목사의 설교나 기타 교회 관련 모든 직무가 정지될 수 있었다. 특히 법제위 내부 결정 과정에서 ‘만장일치’가 나올 정도로 의지가 확고했다. 그러나 안건은 당회(총회)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유야무야됐다. 교회 한 관계자는 “당회는 이영훈 담임목사의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시무정지에 대한 의지가 크게 없었다. 그냥 조용히 묻혔다”라고 토로했다.
불륜 의혹에 대한 법정 다툼, 설교권 유지, 시무정지 실패 등 갖가지 사례들이 복합되면서 여의도순복음교회 일각에서는 “과연 조 목사와 교회가 개혁 의지가 있는가”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졌다. 이 와중에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논란이 많았던 ‘처남 교회’인 강남순복음교회를 지난 3월 400억 원에 인수하면서 논란을 확산시켰다. 조 목사의 처남인 김성광 목사가 운영하는 강남순복음교회는 부채만 300억 원에 달해 “처남 먹여 살리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최근 대형교회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면 이단들이 인수하는 경우가 많아 한국교회 보호차원에서 매입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결국 이번 조 목사의 추가 비리 폭로는 앞서의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시각이 높다. 장로모임 한 관계자는 “유죄 판결이나 기자회견 이후로 사실상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조 목사는 여전히 건재하다.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또 다시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