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부터 정조국, 윤정환, 고종수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오는 3월 29일 콜롬비아와 2003년 첫 A매치를 치르게 되는 한국 대표팀의 새 사령탑 쿠엘류 감독이 자신의 첫 무대에서 함께 ‘공연’을 펼칠 ‘쿠엘류호 1기생’의 후보 명단을 받아 들었다.
지난 14일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에서 쿠엘류 감독에게 제출할 국가대표 후보 추천 선수 55명을 확정, 발표한 것. 그렇다면 55명의 후보 선수들 중 최종적으로 쿠엘류 감독과 항해를 함께 할 선수들은 누구이며 새 대표팀은 어떤 특징을 나타내게 될까.
유로2000에서 포르투갈 대표팀을 맡아 잉글랜드, 독일 등을 격파하고 4강의 위업을 달성했던 당시, 쿠엘류 감독이 선호했던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과 작전 구사 능력 등을 살펴보면 향후 한국 대표팀의 밑그림을 미리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쿠엘류 감독은 지난번 입국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축구관을 피력하며 “히딩크 감독보다 더 강도 높은 압박축구를 구사할 것이다” “멀티플레이어도 좋지만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쿠엘류 감독이 추구하는 한국 대표팀의 윤곽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우선 히딩크 감독과 결정적인 차이가 나는 것은 플레이메이커 부분. 쿠엘류 감독은 후이 코스타-루이스 피구라는 2중 플레이메이커 체제를 운영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플레이메이커를 중용하지 않았다. 때문에 ‘히딩크호’에서 거의 뛰지 못한 ‘꾀돌이’ 윤정환, 부상에서 회복된 ‘초기 히딩크호의 황태자’ 고종수의 최종 발탁이 예상된다.
플레이메이커의 패스를 마무리할 골잡이 후보는 그야말로 ‘암흑시대’다. ‘확실한 골잡이’인 황선홍이 은퇴하면서 대표팀의 공격을 마무리할 ‘전문 킬러’가 거의 전무한 상태이기 때문. 전문 골잡이라 할 수 있는 선수는 최용수가 유일하다. 안정환, 설기현, 이천수가 많은 골을 넣었지만 이들은 전문 공격수가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들.
그중에서 먼저 공격수 자리를 선점한 선수는 설기현이다. 설기현은 이미 히딩크 감독 때에도 저돌적인 공격 능력과 상대의 거친 수비를 견뎌낼 만한 체력과 체격 조건으로 인해 칭찬이 자자했었다. 따라서 설기현이야말로 ‘쿠엘류호’ 승선 영순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설기현의 짝은 누가 될까. 최근 청소년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정조국이 유력한 대상으로 떠오른다. 정조국은 뛰어난 골결정력과 위치선정으로 ‘황선홍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평가받고 있는 신예다.
▲ 최성국 | ||
지난해 K리그에서 5경기 연속골을 넣는 등 한층 성숙된 플레이로 화려한 부활을 알린 바 있고 상무팀 훈련에 합류하기 전 대구에서 혹독한 재활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하며 ‘이동국 전성시대’ 제2탄을 예고한 터라 대표팀 합류가 당연시되고 있다.
특히 ‘히딩크호’의 최종 선발에서 탈락한 뒤 시련의 나날을 보낸 김도훈까지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쿠엘류 감독으로선 공격수 선발을 놓고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히딩크호’에서 이천수, 안정환이 맡았던 측면 공격수 자리 또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기존의 이천수, 안정환이 건재한 데다 청소년팀의 최성국이 가세했기 때문. 거기다 소속팀의 우승을 이끈 성남의 김대의도 측면돌파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인물. 이외에도 측면돌파에 일가견이 있는 김은중과 안효연, 그리고 엔트리 승선에 의심할 여지가 없는 차두리 등 발빠른 선수들이 낙점을 기다리고 있다.
2002월드컵 대표팀에서 전면적으로 교체될 부분으로 예상되는 것은 수비라인이다. 쿠엘류 감독은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공격은 젊은 선수들, 수비는 나이 많은 선수들’이라는 공식을 고수했다.
수비 라인에 ‘노장’ 3명을 두는 그의 스타일은 ‘상당히 취약하다’는 평을 들었지만 상대에 따라 적절히 미드필더들의 수비 가담을 강조하는 ‘많이 뛰는 축구’로 약점을 메웠다.
일단 수비력과 공격 가담 능력을 두루 갖춘 전천후 미드필더인 박지성, 이영표 등이 비슷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은 히딩크 감독과 상당히 유사하지만 나이와 체력 등의 문제로 히딩크 감독 당시의 한국 대표팀 수비수들을 그대로 끌고가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송종국 등 ‘젊은 피’를 제외하고 기존의 노장 선수들 중에서 우선 합류가 예상되는 선수는 심재원. 심재원은 히딩크호에서도 마지막에 탈락된 아픔이 있는 대형 수비수다. 해외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에다 맨투맨에 능하고 스피드가 뛰어나 수비와 미드필더진의 활용도가 높다.
하지만 장래를 생각한다면 젊은 수비수들의 ‘깜짝 주전 발탁’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카드다. 뛰어난 수비력을 보인 조성환, 조병국 등의 신예들은 이미 K리그에서 검증된 선수들. 특히 조성환은 어린 나이답지 않게 침착한 경기운영으로 수원의 김호 감독으로부터 “장래 한국수비를 책임질 대들보”라는 평을 들었으며 히딩크 감독도 막판까지 조성환의 대표팀 합류를 놓고 고심을 한 적이 있다.
더구나 12일에 벌어진 네덜란드와의 평가전에서 조성환, 조병국은 지능적인 수비로 네덜란드팀의 공격을 잘 차단시키며 존재를 과시했다. 네덜란드 올림픽팀과의 경기에서 탄탄한 수비와 기습적인 공격 가담으로 결승골을 뽑아낸 손승준도 만만찮은 카드.
‘쿠엘류호’의 새로운 얼굴로 현재 유럽 프로리그의 유소년팀에서 활약중인 기대주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독일 쾰른에 소속돼 있는 권집도 즉시 전력감은 못되지만 벤치 후보 선수로 대상자에 들어갈 가능성은 충분하다. 권집은 19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이 아시아를 제패했을 때 그 위력을 선보였다.
과연 55명의 선수들 중 ‘쿠엘류호 1기생’은 어떤 색깔로 탄생될 것인가. 명단을 받아든 쿠엘류 감독의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양원석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