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맹구라고?’ 폭발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한 새누리당 친박계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이 ‘하극상’의 진원지를 찾아 나섰다고 한다. 요즘 서 최고위원은 친박계 내부에서 나온 ‘친박 중진 불출마설’의 지목 당사자이기도 해서 이참에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고 한다.
이 핵심 의원은 공천을 앞두고 총선 승리를 위한 물갈이 공천이 이뤄지려면 눈엣가시인 친이계 축출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친박계 핵심의 불출마가 전제가 돼야 한다는 뜻으로 이 구맹주산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래서 친박계로선 상징성이 가장 큰 서 최고위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 그 힘을 받아 일부 노회한 의원들의 용퇴론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략이란 것이다.
이 구맹주산까지는 좋았다. 이 의원은 구맹을 거꾸로 발음하면서 ‘맹구’라고 말했는데 맹구가 ‘사나운 개’가 되기도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그 맹구로도 들릴 수 있었다. 서 최고위원은 자신을 희화화한 이 부분에서 대노했다고 한다. 서 최고위원의 화는 곧 발설자 색출로 이어졌는데 최근 정치권에서 회자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구맹주산을 이야기한 친박계 의원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볼썽사나운 일들은 그 뒤 벌어졌다. 서 최고위원은 이런 보도를 한 언론사 관계자들에게 발언의 진원지를 캐묻는가 하면, 친박계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너냐?” “네가 그런 말을 했느냐”며 일일이 취조했다는 전언이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얼마나 시달렸는지 친박계 의원들이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제발 내가 그 발설자가 아니라는 기사를 좀 써달라”고 읍소 아닌 읍소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하나의 사례일 뿐 친박계 내부에서는 정치생명이 걸린 묘한 갈등이 펼쳐지고 있다는 말도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심판론 발언이 정치권 판갈이로 해석되면서 친박계 진용도 새로 짜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친박계도 ‘모두 잘 살자’가 아니라 ‘저 사람을 죽여야만 내가 산다’는 생각이 팽배해졌고, 그런 탓에 충성심 경쟁이 알게 모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제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 본회의가 있던 지난 9일 친박계가 주축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이 세미나에 이은 송년 오찬을 몇 시간씩 진행한 것도 친박 전체 규모가 이 정도이며 모두 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싸우겠다고 결의한 것이란 풀이다. 공교롭게도 서 최고위원이 구맹주산 소동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최고위원회의 일요일 비공개 만찬을 소집하는가 하면 자주 결석했던 최고위원회의 등에서도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한다. 친박계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