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미국과의 경기에서 존 오브라이언 선수와 치열 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김남일. 특별취재단 | ||
안정환 박지성 황선홍 등 태극전사들의 화려한 플레이도 연일 불을 뿜는다. 그러나 신기에 가까운 축구기술만이 볼거리는 아니다. 사람 사는 세상 어딜 가나 그러하듯 녹색 그라운드 위에서도 웃지 못할 해프닝들이 벌어지곤 한다. 이번 한·일월드컵 기간에 일어난 놓치기 아까운 해프닝 여섯 장면을 소개한다.
1. 토티 홍명보에게 주눅 들어 퇴장당했나
지난 6월18일 이탈리아와의 16강전, 경기 초반 이탈리아 선수들은 팔꿈치로 현란한 개인기를 선보였다. 공중볼 경쟁 때마다 경합하는 한국선수들의 얼굴을 심판 모르게 가격한 것.
보다 못한 대표팀 맏형 홍명보가 이탈리아 공격의 핵 토티에게 다가가 거칠게 ‘한마디’하는 장면이 TV에 잡혔다. 눈을 부릅뜨고 영어로 “너, 조심해!”라며 ‘충고’한 것. 결국 그날 토티는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해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팔꿈치 휘두르다 홍명보에게 한방 먹은 탓에 페이스를 망친 건 아닌지.
2. 미치도록 열심히 한 안정환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페널티킥 실축을 했던 안정환. 그날 1백17분 혈투 내내 그처럼 열심히 뛰어다닌 선수도 없었다. 첫골 기회를 날렸다는 자책감에 여러 차례 슈팅도 날렸건만 공은 매정하게도 골대를 빗나가기 일쑤였다.
그런데 그날 슈팅 이후 골문을 벗어난 공을 보고 안정환이 머리를 감싸며 “미치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타들어 가는 그의 속내가 입밖으로 튀어나온 것. 그렇게 미치도록 열심히 뛴 탓일까. 안정환은 결승 골든골을 넣어 영웅이 됐고 PK 실축 때와는 달리 ‘미칠’ 정도로 좋아하는 미소를 짓게 됐다.
3. 김남일은 조폭?
지난 6월10일 미국전, 불같은 태양열이 내리쬐는 달구벌에서 한국팀은 미국을 맞아 격전을 벌였다. 서로 16강 진출의 제물로 생각한 터라 미드필드에서의 몸싸움이 유달리 심했다. 그날 한국팀 미드필더의 기를 살려준 건 김남일이었다고 한다.
송종국이 미국 선수와 몸싸움 도중 넘어져 손가락 하나가 살짝 꺾인 것을 본 김남일. “저놈이냐”며 달려가 그 선수를 심판 몰래 걷어차며 성난 표정으로 험한 말을 퍼부었다고 한다. 당황한 미국 선수는 정중하게 김남일에게 사과했고 이후 한국 미드필더들은 경기를 장악해 안정환의 동점골을 이끌어냈다.
▲ 차범근 MBC해설위원 | ||
6월14일 한국은 포르투갈을 맞아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전반이 끝나고 라커룸에 들어가려는데 포르투갈의 영웅 피구가 이영표에게 다가와 “비겨서 함께 16강에 나가자”고 제안했단다.
당시 폴란드가 미국에 이기고 있는 상황이라 한국이 포르투갈과 비기면 함께 16강에 나갈 수 있는 까닭이었다. 그러나 이영표는 피구에게 “경기나 똑바로 하자”며 맞받아쳤다고 한다. 그리고 후반전 피구는 박지성의 결승골을 지켜보아야 했다. 경기 종료 후 탈락의 비애를 눈물로 닦으며 경기 내내 자신을 마크했던 이영표를 원망의 눈초리로 째려보지는 않았을는지.
5. 토티가 레이저빔에 맞았다?
한국이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2 대 1 승리를 이끌어낸 다음날 일본 유력 스포츠신문 〈도쿄스포츠〉에 토티가 레이저빔에 맞았다는 기사가 실렸다. 한국의 열성팬이 쏜 레이저빔에 토티의 눈이 맞아 경기력이 저하됐다는 내용이 토티가 눈을 만지는 사진과 함께 실린 것.
그러나 이 기사는 조작된 허위기사로 판명났다. 과거 일본내 축구경기에서 관객이 쏜 레이저빔에 선수 눈이 맞은 사건에 착안해 만들어진 ‘뻥튀기 기사’였다. 토티는 그날 레이저빔에 눈을 맞기는커녕 한국 선수들의 눈을 여러 차례 팔꿈치로 가격했다.
6. 친구야 너 약 먹었냐
차범근 MBC해설위원은 독일 루디 펠러 감독과 절친한 친구 사이로 알려져 있다. 과거 ‘차붐’으로 명성을 날리던 때 같은 스타플레이어로서 나눈 우정이 이어져 온 것. 그런데 이 두 친구가 최근 한판 붙었다.
지난 6월15일 독일과 파라과이의 16강전을 중계하면서 차 위원이 “오늘 보여준 독일팀의 플레이는 내가 본 독일팀 경기 중 최악”이라 혹평한 것. 이에 발끈한 펠러 감독은 “차붐이 바이에르 레버쿠젠 시절에 너무 많은 아스피린을 먹었음이 틀림없다”고 맞받아쳤다. 이후 두 사람은 만나 오해를 풀었고, 차 위원은 독일 경기 중계 때마다 다소 자중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