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강전에서 한국에 패한 뒤 판정시비를 일으키고 있는 이 탈리아는 1966년 영국 대회에서 북한에 덜미를 잡힌 바 있 다. 사진은 카드섹션으로 그때의 감격을 재현하자고 다짐 하는 붉은악마들. 특별취재단 | ||
자존심 강한 이탈리아는 이 대회 16강전에서 북한에 1-0으로 덜미를 잡혀 8강 진출이 좌절됐다. 당시 이탈리아 국민들은 패배를 안긴 골의 주인공 박두익 선수를 지금도 증오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이 악몽과 증오는 36년이 지난 2002 한-일 월드컵대회에서도 재현됐다. 2002년 6월18일 늦은밤 이탈리아는 한국팀에 2-1로 역전패당한 것이다.
이번 패배에 접한 이탈리아는 36년 전에 받았던 충격 이상의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 듯하다. 경기가 끝난 후 참가 선수들은 물론이고, 이탈리아의 국민들, 언론, 정치인, 축구인 등이 벌떼처럼 불공정 판정시비를 제기하는 등 비이성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외 축구팬들은 “이탈리아는 그같은 주장을 할 자격조차 없는 팀”이라고 입을 모은다. 영국의 BBC방송 앵커는 경기 직후 이탈리아팀의 반발에 대해 “역시 이탈리아”라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지난 86년 제12회 멕시코 월드컵대회는 이탈리아의 참모습을 보여준 대표적인 케이스. 당시 이 대회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팀과 맞붙은 이탈리아팀의 매너는 ‘스포츠맨십’을 논할 자격조차 없었다. 이탈리아 선수는 둘째치더라도, 이 경기에서 보여준 심판들의 판정은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울 정도였다.
당시 TV를 통해 이 경기를 지켜본 국내 팬들은 이탈리아 선수들의 거친 매너와 심판들의 이탈리아에 대한 ‘우호적인 판정’에 울분을 터트린 기억이 생생하다.
게다가 당시 한국은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꿈에 그리던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경기 내용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팽팽했지만, 경기 외적인 요소로 인해 끝내 이탈리아에 2-3 스코어로 분패했다.
때문에 ‘심판 판정만 공정했더라면’ 한국팀이 16강 진출을 했을 것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실제로 당시 국내외 언론 보도를 보면 이 경기의 심판 판정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 1986년 멕시코대회는 이탈리아를 일방적으로 편드는 심판 때문에 한국팀이 고전했다. | ||
“이날 경기의 주심 데이빗 소차씨(미국인)를 비롯한 3명의 심판진은 약속이나 한 듯이 한국팀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판정을 해 관중들의 심한 야유와 빈축을 샀다. 소차씨는 한국선수들의 정당한 태클에도 번번이 휘슬을 부르는가 하면 한국과 이탈리아 선수가 맞부딪쳐 양선수가 그라운드에 쓰러질 경우 어김없이 한국측에 파울을 선언하는 수준 이하의 ‘실력’을 과시했다.
그 단적인 예가 전반 35분 한국 페널티 지역에서 알토베리를 방어하던 허정무에게 난데없는 파울을 선언, 이탈리아에 페널티킥을 선물한 것. 결국 알토베리의 페널티킥은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지만 소차 주심은 이밖에도 전반 18분 김주성에게 경고를 준 것을 비롯, 전반 7분 조광래, 37분 변병주 등에게 신경질적인 소나기 파울 선언을 마구 해댔다.”
심판 판정이 부당하다고 여긴 국내 여론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는 보도 내용이다. 당시 시합에 대한 심판 판정에 대한 이의 제기는 우리언론만 한 게 아니다. <로이터통신>에서도 ‘주심이 이탈리아에 유리한 판정을 했다’고 보도했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도 ‘한국팀은 11명의 이탈리아 선수 외에 심판과도 싸워야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비해 지난 6월18일 대전에서 벌어진 2002 월드컵 한-이탈리아 16강전에 대해 이탈리아 언론을 빼고 심판 판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해외 언론은 거의 없다.
멕시코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선보인 한국팀의 경기 내용에 대해
이번 한-일 월드컵 대회에서 이탈리아 선수나 감독의 심판 판정에 대한 불평은 86년 대회는 물론 어느 대회에서나 나오는 심판 판정에 대한 이의 제기 중 하나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문제를 특정 선수의 경제적 사정이나 식습관 등 문화적 차이까지 동원해 인신공격하는 예는 좀처럼 보기 드문 폭력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