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이라는 스코어에 진한 아쉬움이 남지만 6만5천여 명의 관중들은 우리 선수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미디어석의 국내외 기자들도 모두 일어서서 독일을 맞아 끝까지 투혼을 아끼지 않은 한국 선수들에게 힘찬 박수와 찬사를 보냈다.
옆에 앉아 있던 독일 기자들은 “너희는 다음 경기에서 분명 승리할 것”이라고 위로를 건네왔다. 그것은 지금 중요하지 않다. 물론 3·4위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하겠지만 월드컵 4강전 진출만으로도 우리 선수들은 이미 장한 일을 해낸 것이다.
▲ 25일 독일과의 4강전을 마친 후 선수들이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도 얼굴에 보호대를 쓴 채 열정을 쏟아낸 김태영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로 비통한 심정을 표현했고 박지성은 “하루만 더 쉴 수 있었더라면”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대표팀에서 선수들을 가장 자상하게 챙겨온 황선홍은 “너무나 뜨거운 사랑과 관심을 보여준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남은 3·4위전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순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며 다짐을 나타냈다. 실점 위기를 막지 못한 골키퍼 이운재도 자꾸 경기를 뒤돌아보게 하는 미련을 떨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국민들은 4강 진출만으로 대만족을 하는데 선수들은 또 달랐나보다. 속으론 결승전과 우승컵에 대한 욕심이 누구보다 강했던 것이다. 그러나 미련과 아쉬움을 떨치고 끝까지 프로다운 자세로 좋은 마무리를 보여주는 것도 우리 선수들에게 아직 남겨진 몫이다.
오늘밤 선수들은 밤잠을 설칠 것이다. 수비에서 실수만 하지 않았어도… 발락을 놓치지만 않았어도… 하는 생각에 꿈속에서도 아쉬운 경기 장면은 계속 ‘리플레이’되며 단잠을 방해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이미 선수들의 분전을 통해 소중한 것을 얻고 있다. 최종 순위보다도 중요한 ‘희망’과 ‘자부심’이다. 대표팀 23명 선수들에게 박수를 아낄 이유가 없다.
잠시 정신이 아득해진다. 어떻게 이 순간까지 달려왔는지 모르겠다. 선수들은 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