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전이 끝난 뒤 김병지가 후배 이운재의 등 을 토닥여 주고 있다. | ||
“김병지도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으로 감독의 낙점을 받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김병지에 대한 첫인상을 지우지 못했다. 감독은 튀는 것보다 안정감있는 플레이를 우선시했다. 김병지는 화려하고 멋진 플레이를 선사하지만 뭔가 불안해 보였다.”
김 코치는 폴란드와의 경기가 있기 전날 히딩크 감독이 자신에게 ‘누구의 몸 상태가 더 좋아보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순간 김 코치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말 한마디에 따라 두 선수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히딩크 감독이 말 끝에 “내가 보기엔 운재의 컨디션이 더 좋아보인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느냐”며 확인 작업을 하더라는 것.
“이운재가 좀 더 집중력있는 플레이를 펼쳤고 자신감이 훨씬 강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감독의 판단이 옳다고 말했다. 김병지한테는 개인적으로 미안한 마음이 많다. 아마도 상당히 섭섭했을 것이다.”
그래도 김 코치가 김병지에게 고마운 것은 폴란드전에서 월드컵 첫승을 이룬 후 김병지가 다가와 “수고하셨다”며 인사를 건넨 태도였다. 쓰라린 마음을 애써 감추고 진심으로 승리를 축하하는 선배다운 자세가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