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팀 경기가 벌어지는 관중석 한쪽에는 또 다른 볼거리가 벌어진다. 바로 대표팀 가족들이 모여 앉아 벌이는 응원전이다. ‘붉은악마’응원단의 구호에 맞춰 목소리와 행동을 함께 해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관중들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몇몇 알려진 선수 가족들 빼놓고는 관중들도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 황선홍의 아내인지, 홍명보의 아들인지, 안정환의 장모인지 전혀 모른다. 가족들 대부분 내색 않고 일반 관중인 척하며 응원에 몰두하기 때문에 굳이 점잔 뺄 일도 없다.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마냥 신나는 일만 있는 게 아니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듯이 가족들 저마다 사연 한 가지씩은 가지고 있기 때문. 남편의 부상 때문에 가슴 졸였던 아내라면 과연 남편이 선발 명단에 들어갔는지가 관심사항이고 전반에 뛰지 못한 선수의 가족들은 후반에 그 선수가 교체 선수로 들어가게 될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또 아들을 지켜보는 부모의 입장이라면 제발 다치지 않고 무사히 경기를 마치길 간절히 기도할 따름이다.
6월4일 폴란드전에서 가족들이 모여있는 자리는 서로 다른 분위기를 나타냈다. 물론 황선홍이 첫골을 넣고 유상철이 쐐기골을 박았을 때는 모두가 한마음이 돼 축하를 주고받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러나 게임이 끝나고 경기장을 나갈 때 경기에 출전 못한 선수의 가족들은 기쁨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다음 게임을 기약해야 했다.
6월10일 대구에서 미국전을 지켜본 최용수의 어머니 윤호임씨는 아들이 허리 아래 부상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뛰었지만 결정적인 슛 찬스를 살리지 못하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운동장을 나서는 동안 사방에서 아들 욕만 하는 것 같아 귀를 막고 헛헛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고 한다.
황선홍의 아내 정지원씨는 남편이 피를 흘리며 그라운드에서 쓰러지는 장면을 보고 딸과 함께 펑펑 울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뛰어내려가서 직접 상태를 보고 싶었지만 응원단의 함성 속에 묻혀서 가슴만 치고 또 쳤다.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도 아들이 후반전에 다리 부상으로 교체돼 나오는 순간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14일 포르투갈전에서 선취골을 터뜨리며 승기를 잡은 아들의 모습에 “장하다, 내아들”을 외치고 또 외쳤다.
그라운드에서 어떤 ‘연기’를 펼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감동의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는 선수 가족들. 대표팀 선수들이 몸을 아끼지 않고 뛰는 이유요, 희망인 그들이야말로 그라운드의 12번째 전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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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사 ( 2024.10.27 16: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