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날 그라운드의 ‘판관’은 공교롭게도 한국인 최초로 월드컵 주심을 맡은 김영주씨(45)였다. 아마 터키인들도 양국의 역사적 배경 때문에 한국인 심판 김영주씨의 팔이 ‘안으로’ 굽기를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이내 원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김영주 심판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페널티킥을 선언해 버린 것.
터키주재 한국 대사관측은 “이번 판정으로 일부 터키인들의 반한 감정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한국인들이 바라던 것과는 정반대 결과가 나와 솔직히 걱정이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적잖이 당황한 사람들은 순수한 뜻을 가지고 터키를 응원해 온 한국인들. 희망사항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자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터키 달래기’ 응원에 나섰다. 경기로 맺힌 응어리를 응원으로 풀어주자는 것.
지난 9일 열린 터키-코스타리카전에선 재향군인회 회원들과 참전 용사 등 3백여 명이 나와 보은의 응원을 펼쳤다. 또한 13일 터키-중국전에서는 한국-터키친선협회 회원 3백여 명과 인터넷 동호회 ‘터키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 1천여 명 등이 조직적인 응원을 펼쳐주었다. 그리고 이남신 합참의장과 다수의 재향군인회 회원들도 이날 경기를 참관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인들의 열렬한 ‘지성’이 통했던지 이날 경기에서 터키는 승리를 거두고 16강에 진출했다. 비로소 한국인들이 터키에 대해 가지고 있던 ‘마음의 빚’도 함께 털어낼 수 있었다.
터키주재 한국대사관측도 “처음에는 반한 감정이 일어 우리도 당황했다. 하지만 터키가 16강에 진출하자 그런 감정도 많이 누그러진 것 같다. 이번 일이 양국의 전통적인 우호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