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황당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팔자에도 없는 복권당첨이나 누가 계좌번호 잘못 알고서 내 통장에다 유산 아니면 검은돈을 입금시키는 사건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터무니없는 상상은 아니다.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면 산속의 토끼는 얼마나 발이 시려울까 하는 아주 순진한 상상 같은 거다.
오늘은 또 이런저런 공상을 하다가 야구 선수 중에 ‘인간성 워스트 10’을 뽑으면 과연 누가 명단에 들어갈까, 또 경쟁은 얼마나 치열할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선 인간성 워스트 선정 기준부터 나열해 보자. 첫째, 변두리 양아치처럼 인사하기. 계속 첫째다. 코치 말씀 귓등으로 듣기, 야구 별로 못하는 선배 무시하기, 심판한테 일단 ‘엉까고’ 보기, 그리고 제일 중요한 관중 희롱하기다.
우선 인사. ‘용병 선수’한테서 인사받기는 별로 기분좋은 일이 아니다. 한국 선수들이 지들보다 한수 아래라고 생각해서인지 배운 버릇이 그래서인지 인사가 인사같지 않다. 하지만 멀쩡한 토종 선수들까지 그네들처럼 인사를 ‘휙’ 날릴 때면 열받는다. 동생이라면 몇대 쥐어박을 것이다.
얼마전 엄청난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K 투수가 멀뚱하게 지나치기에 불러세워 설교 좀 하려니까 지나가던 구단 직원이 말리는 게 아닌가. “오늘 선발 투수니 이해하세요”하는 거다. 그럼 선발투수는 인사 안해도 되고 중간 계투는 허리 꺾어가며 인사하란 말인가. 몸값은 몸값이고 예의는 예의다. 구단의 과잉보호가 한 선수를 마운드에서 건방 떨다가 스스로 거꾸러지게 만들 수도 있는 거다.
요즘은 코치 알기를 옆에서 ‘컨디션’이나 챙겨주는 사람쯤으로 생각하는 선수들도 있다. 야구를 했어도 몇곱절은 더 한 선배들이 코치다. 그런 사람이 기술적인 충고를 하는데도 돌아서서 코치의 현역 때 실력이나 들먹거리며 비웃는, 버릇 없는 경우가 자주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현역 10년 동안 열 개밖에 없던 흰 머리가 코치생활 1년 만에 오천 개로 늘었다면 선수들은 샴푸를 잘못 써서 그렇게 됐다고 생각할까. 절대로 아니다. 최소한 일주일에 천당과 지옥을 열댓 번은 왔다갔다하면서 생긴 흰머리다. 그 천당과 지옥을 집안일이나 월드컵 보느라고 왔다갔다한 게 아니다.
혹시 선수들이 아프지는 않을까, 폼이 나빠지지는 않을까, 선수들 뒷바라지로 진자리 마른자리 가려누이느라 신경을 많이 써서 생긴 흰머리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마누라보다 또는 부모님보다 더 자주 보는 얼굴이 코치 얼굴이다. 어떨 때는 악마같이 보일 때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자면 반대로 코치들도 선수들 얼굴 안보고 탁 트인 바닷가에서 낚시나 하며 탱탱 쉬고 싶을 때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생선 대가리보다 선수 얼굴이 우선이기 때문에 머리에 ‘스팀’받아가면서도 참아내고 있는 거다.
어느 코치는 이런 말을 한다. “성질 같아서는 코치 생활 쫑낼 각오하고 몇놈 속시원하게 작살내고 조용한데 가서 말 잘듣는 강아지나 키우고 싶다”고. 그말 이해가 간다. SBS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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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사 ( 2024.10.27 16: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