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견상 한국은 14일의 마지막 라운드에서 포르투갈과 최소한 비기기만 하면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조건인 미국이 약체로 드러난 폴란드를 상대로 하는 반면 한국은 폴란드전에서 4-0의 승리로 제 페이스를 되찾은 포르투갈과 맞붙어 이기거나 비겨야 한다.
최악의 경우 한국이 지더라도 미국이 같이 지는 경우를 생각해 실점을 최소화하고 득점을 많이 해야 한다. 포르투갈 역시 한국을 이겨야만 16강에 오를 수 있기 때문에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한판이다.
우승 후보국 명단에 오르내리는 포르투갈이 전열을 가다듬어 한국전에 임한다면 한국의 승산은 결코 낙관할 수 없다. 한국은 어떤 전략으로 포르투갈의 벽을 뚫어야 할까.
▲ 지난 5일 경기에서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7 번)가 미국의 파블로 마스트로에니와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특별취재단 | ||
포르투갈은 미국과의 첫 경기에서 체면을 구긴 것이 단순한 ‘첫 경기 징크스’에 지나지 않았음을 입증이라도 하듯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도 폴란드의 골문에 4골을 퍼부었다. 파울레타(30·보르도)는 3골을 넣으며 대회 두번째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우승 후보국의 저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포르투갈의 전력이 미국전 때와 달리 급속히 회복되고 있음을 감안해 냉정하게 평가하면 이 팀은 한국에게 버거운 상대다. 따라서 한국은 14일 포르투갈과의 3라운드를 공세적으로 펼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 경기에서 최소한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오를 수가 있으나 처음부터 비긴다는 생각으로 게임에 들어가서는 밀리기 십상이라는 것.
포르투갈의 힘은 이른바 ‘황금 세대’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금 세대’란 별칭은 지난 89년, 91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를 연패할 당시의 포르투갈 청소년 대표를 일컫는다.
미국전에선 ‘황금 세대’의 위력이 빛을 발하지 못했다. 월드 스타 피구는 펄펄 나는 젊은 미국 공격수들의 그림자 수비에 막혀 헛발질하기 일쑤였고 공격의 핵심이나 마찬가지인 후이 코스타 역시 미국 선수들의 적극적인 방어에 번번이 패스가 차단되는 등 소문과 같은 위력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10일 폴란드전에서 포르투갈은 첫경기 징크스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부상중인 오른쪽 풀백 아벨 샤비에르(리버풀)와 수비형 미드필더 파울루 소사 등이 빠진 상태에서도 더 이상 미국팀의 힘에 끌려다니던 무기력한 포르투갈이 아니었다.
포르투갈은 하프라인에서 압박을 하지 않고 오픈 코트 게임을 즐긴다. 한국팀은 폴란드, 미국전에서 보여준 플레이와는 다른 스타일을 추구해야 한다. 가급적이면 쓸 데 없는 드리블을 최대한 자제하고 짧고 빠른 패스로 상대 수비벽을 교란시키는 작전이 필요하다. 포르투갈의 개인기가 워낙 좋아서 볼을 오래 갖고 있다가 빼앗기면 빠른 속도의 역습을 허용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기 때문.
되살아난 포르투갈의 공격수들을 마크하기 위해 탄탄한 수비에도 힘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최상의 공격을 최선의 방어책으로 삼는 공격적인 전략도 구사해볼 만하다.
‘비장의 무기’로 경기 후반에만 투입하던 안정환과 공격형 미드필더 윤정환의 명콤비를 초반부터 가동하여 파상공세를 펴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선제골을 얻을 경우 승리하거나 최소한 비길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겨야만 16강에 진출하는 포르투갈로서는 선제골을 당한다면 공격 일변도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데 이 틈을 노리면 더 많은 득점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다.
폴란드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파울레타와 후이 코스타를 비롯해서 명예회복을 노리는 루이스 피구 등의 공격을 차단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비전략도 필요하다.
경험이 많은 고참 선수와 스피드와 순발력이 뛰어난 젊은 선수들의 조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포르투갈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