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광래 안양감독은 이미 3년 전에 정조국의 잠재력을 발 견하고, 팀에 데려오기 위해 남모를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안양 조광래 감독의 ‘조국’ 사랑은 유별나다. 최용수(이치하라)의 공백을 아쉬워하며 늘 ‘킬러 부재’에 고민하던 조 감독에게 올해 입단한 정조국은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다. 이회택-최순호-황선홍-설기현의 계보를 이을 유력한 차세대 한국 대표팀 스트라이커인 데다 자신이 3년 동안 공을 들인 보배이기 때문. 그 동안 다른 팀에 그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쏟아 부은 각고의 노력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다.’
2000년 안양과의 연습 경기를 위해 구리로 찾아온 대신고 까까머리 1학년생을 단번에 점찍은 지 벌써 3년. 이제 어엿한 안양 선수가 됐으니 한숨 돌릴 만도 하지만 아직도 고3 수험생을 둔 아버지마냥 불안한 속내를 감추지 못한다.
최근 조 감독은 U-20 청소년 대표팀의 말레이시아 4개국 대회 참가를 놓고 언성을 높였다. 지난해부터 쉴 새 없이 강행군을 벌인 정조국을 조금이라도 쉬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세계대회가 아닌 친선대회에서 자칫 부상이라도 당하면 구단이나 대표팀의 피해가 막심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였을까. 조 감독은 욕심을 버리고 정조국의 프로 데뷔전을 개막전 뒤로 늦추려고 했다. 좀 쉬며 재충전을 하라는 배려였다. 그러나 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지난 23일 포항경기부터 주전으로 활약중이다. 조 감독은 정조국이 청소년대표팀 소속으로 해외 원정을 나갈 때마다 용돈을 건네기도 했고 지난 사이프러스 전지훈련때는 귀국길에 독일공항에서 멋진 T-셔츠를 선물하며 정조국을 감동시켰다.
▲ 정조국의 훈련을 뒤편에서 유심히 지켜보는 조 광래 감독. | ||
신생팀 대구FC에도 그 ‘행운’을 받는 제자가 있다. 통진종고-상지대를 졸업하고 대구에 입단한 미드필더 박성호다. 생짜 무명이던 그를 주목한 가장 큰 이유는 93∼95년 일화 3관왕의 주역인 ‘코뿔소’ 고정운에 대한 그리움 때문. 박 감독은 “체격, 외모가 89년 고정운의 신인 때와 똑같다. 표정, 말투도 정운이 판박이다. 그래서 훈련할 때 박성호만 보면 괜히 웃음이 나온다”며 흐뭇해했다.
특히 박 감독이 박성호가 연습경기때 4∼5명의 수비수를 밀어붙이며 연출하는 파워있는 드리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고정운이 돌아온 듯한 기분이라고 말할 정도다. 아직 주전급은 아니지만 박 감독은 후반 조커로 충분히 활용 가치가 있다며 ‘제2의 코뿔소’ 조련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좀처럼 심기를 드러내지 않는 수원의 김호 감독도 올 시즌 입단한 고졸 특급 스트라이커들만 보면 괜스레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피어난다. 청소년 대표팀 출신인 정윤성, 남궁웅 듀오가 그 주인공.
이미 김호 감독은 이들의 입단 전부터 코치진에게 “관리 제대로 하라”는 ‘특명’을 내려놓았다고 한다. 2∼3년 안에 수원의 스타로 성장시킨다는 김 감독의 야심찬 포부를 엿볼 수 있는 대목. 호화 멤버를 보유했음에도 이 두 새내기에게 시즌 주전 자리를 맡길 정도로 신임은 두텁기만 하다.
이들이 김 감독이 각별하게 아끼는 후배들의 제자라는 점도 흥미롭다. 정윤성을 키운 이학종 수원공고 감독과는 한일은행과 현대에서 감독과 선수로 끈끈한 인연을 맺은 사이다. 남궁웅을 배출한 경희고 변일우 감독도 김 감독과 절친한 선후배지간이다. 김 감독은 변 감독이 추천했던 남궁웅을 2001년부터 줄곧 지켜보면서 일찌감치 수원의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낙점했다고 한다.
포항의 최순호 감독은 올 시즌 포철공고 출신의 황진성을 ‘보물 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다. 리더의 상징인 ‘백넘버 10번’을 부여할 정도로 거는 기대가 크다. 젊은 감독이라 신세대들의 기분도 잘 이해한다. 황진성이 울적해 보이면 포항 앞바다의 유명한 전복 횟집으로 데려가 회를 사주며 용기를 북돋아준다고 한다. 유재영 월간축구 베스트일레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