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이 바뀌면 안풍이 태풍으로…
문제는 새정치연합 호남 잔류파가 소수파로 전락한 채 선거를 치를 경우 호남 바람이 안철수 신당 쪽으로 쏠릴 수 있다는 점이다. 안철수 신당과 천정배 신당의 전면적 결합도 배제할 수 없다. 최소한 이 지역에서만큼은 양측이 ‘비 새정치연대’ 연대에 나설 수밖에 없다. 양측은 이런 면에서 일종의 운명공동체다.
특히 탈당한 이들의 지역 조직력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광주 잔류파의 고민을 깊게 한다. 광산갑의 김동철 의원은 전국적 인지도는 낮지만, 17대 총선(득표율 58%)을 시작으로, 18대(50.4%), 19대(68.4%)에서 내리 3선을 했다. 오뚝이 박주선 의원은 18대 때 동구에서 88.7%로 당선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19대(31.6%)에서도 당선됐다. 천정배 의원의 지역구인 서구을은 2015년 4·29 재보선 호남 발 태풍의 진원지다.
호남의 또 다른 축인 전남에서도 탈당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박지원계가 주축인 이 지역은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성곤(여수갑) 김승남(고흥보성) 신정훈(나주화순) 우윤근(광양구례) 의원 등이 잔류파로 분류된다. 전남도당 위원장이었던 황주홍(장흥강진영암) 의원은 이미 탈당했고, 호남 좌장격인 박지원(목포) 의원을 비롯해 주승용(여수을) 김영록(해남완도진도) 의원 등도 언제든지 이탈 대결에 합류할 의원으로 꼽힌다.
전북의 사정은 약간 다르다. 전북도당위원장을 맡았던 유성엽(정읍) 의원이 탈당을 감행했으나, 김한길계인 김관영 의원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거론되는 인물은 없다. 이는 전북의 경우 광주·전남과는 달리 충청도 민심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데다, 바람보다는 인물 개개인 경쟁력에 따라 표심이 갈리는 지역적 특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18∼19대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유 의원은 61.0%와 48.7%로 재선에 성공한 뒤 복당했다. 당시 2위는 장기철 통합민주당 후보로 35.3%와 34.8%에 그쳤다. 다만 통상적인 호남 민심이 광주에서 시작해 전남·북으로 확장하는 수순을 밟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우에 따라 탈당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야권 관계자는 “안철수 신당의 위력에 따라 의원들이 탈당행에 몸을 실을 가능성도 있다”며 “(안철수 신당) 막차를 탈 것이냐를 놓고 눈치 보기를 하다가 타이밍을 놓칠 경우 어느 쪽에서 환대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