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차 타고 출퇴근? 호주에선 꿈도 못꿔!
새해부터 사적으로 이용하는 업무용 차량을 없애기 위해 관련 과세 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미국 연방국세청(IRS) 세금간행물에 따르면 업무용 차 운행일지는 △운행일 △목적지 △운행목적 △출발·도착 누적주행거리 △운행거리 △관련 비용 금액(유류비 통행료) 등 8개 항목을 기재해야 한다.
호주는 더욱 까다롭다. 한 대형 법인 운행일지를 보면 △직원 이름 △직원 연락처 △사용 시작 날짜 △사용 종료 날짜 △집 주차일수 △출발시 누적주행거리 △종료시 누적주행거리 △총 운행거리 △사용목적 △사적 운행거리 △업무상 운행거리 등 무려 11개의 항목을 기록하고 있다. ‘집 주차일수’가 눈에 띄는데 이는 집에 주차되어 있을 경우 과세당국이 사적 사용으로 보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에서 이처럼 운행일지를 기록하는 이유는 사후 과세당국의 세무조사 시 운행일지 기록과 비용증명(영수증 등)이 부실할 경우 경비로 인정하지 않는 까닭에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과세당국 조사 시 운행일지를 허위로 기재하거나 증빙자료가 부실할 경우 징벌적 과세 또는 고액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강력한 처벌규정을 마련해 허위기재를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경실련에서도 지난 11월 업무용 차량 관련 입법청원을 통해 운행일지 허위기재 적발 시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새해 법 시행을 앞두고 사업주들 사이에서 업무용 차의 업무상 사용과 사적 사용을 구분하는 기준이 불분명해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정부 세법개정안 발표 시 출퇴근은 업무로 인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사업주들이 출퇴근을 악용한 운행일지 허위기재가 쉬워 과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 독일에서는 출퇴근을 업무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들 4개국의 업무용 차 운행 중 업무로 인정하는 대원칙은 차량의 출발지와 도착지가 기본적으로 회사나 영업장소(거래처, 고객접견 장소 포함)여야 하며, 수익 창출에 독점적으로 기여해야 한다. 이들 나라에서 집과 회사(근무지) 간 이동을 업무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고용 의무의 시작을 사업장에 출근한 시점부터 보기 때문이다. 호주 과세당국에서 출근은 수입 창출 활동을 하기 위한 필수 전제조건(Necessary Pre-requisite)이지, 수익 창출 과정이 아니라고 해석한다.
이들 선진국에서도 예외적인 상황에 한해 집과 근무지를 오가는 운행을 업무로 간주한다. 먼저 집에서 거래처나 고객 접견 등의 사유로 근무지로 출근하지 않고 외근지로 바로 이동하는 경우다. 단 집에서 바로 외근지로 가는 거리보다 사무실을 거쳐 외근지로 이동하는 거리가 현저하게 멀지 않거나, 그날 업무의 시작을 외근지에서 수행해야 하는 당위성이 없으면 업무로 인정받지 못한다.
두 번째는 고용계약과 업무의 본질이 다수의 영업장소에서 상시 외근하는 경우다. 학습지 교사와 외판원, 설문조사원 등 주업무가 매일 다수의 고객을 만나고 거래처를 다녀야 해 자동차가 필수적인 일들이다. 세 번째는 집과 사업장을 혼용해서 사용하는 경우로 전기수리공과 배관공, 페인트공이 대표적이다.
네 번째는 김밥집을 운영하는 사업주가 전날 저녁이나 아침에 집에서 김밥을 만든 후, 이것을 싣고 가게로 가 판매하는 등 집에서 사업 주요부분 일부를 수행하는 경우다. 다만 선생님이 학교에서 해야 할 일인 숙제 채점을 집에서 하는 것처럼 근무지에서 해야 할 일을 집에서 수행하고 출근하면 업무상 이동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다섯 번째 의사나 IT 기술자같이 회사로부터 긴급 연락을 받으면 바로 출근해야 하는 대기근무자로 출근 도중 업무를 수행하면 업무상 사용으로 인정된다.
고객이나 거래처 접대(Entertainment)를 위해 업무용 차를 사용할 경우도 업무관련성을 판단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주요 선진국에서도 사업주나 직원이 접대비를 사적으로 지출하는 경우가 많아 각국 과세당국은 접대비의 업무관련성 판단을 매우 엄격하게 하고 있다. 충분한 증명자료를 제출해 업무로 인정받았다 하더라도 지출한 비용의 일부(미국·캐나다 50%, 독일 70%)만 경비로 인정한다.
따라서 접대 활동시 사용한 업무용 차량 비용 역시 경비로 인정받기 매우 어렵다. 영국과 호주의 경우 접대활동 자체를 업무로 보지 않기에 접대비와 접대 시 사용한 업무용 차량 비용 역시 전액 경비처리가 불가능하다. 미국에서 접대활동을 업무로 인정받으려면 접대 전후로 업무 관련 협의 또는 회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한편 주요 선진국의 과세당국은 업무용 차량 사적 사용을 통한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업무용 차 경비처리의 정당성을 증명할 적절한 기록(Adequate Record·운행일지 등)과 충분한 증거(Sufficient Evidence·영수증 계산서 메모 등)를 기록·보관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업무용 차량 경비는 IRS 감사관(Auditor)들이 홈오피스(집을 사무실로 사용) 비용과 함께 가장 꼼꼼히 살펴보는 항목으로 알려져 있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