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기면 소식 올까…조선거포 잠 못 드는 밤
이대호를 향한 팬들의 관심이 대단하다. 김현수마저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을 맺은 터라 이대호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의 진로는 오리무중이다. 이대호 측에서도 해를 넘겨 1월 정도 되면 정리가 되지 않겠느냐고 하고 있고, 이대호도 메이저리그 입단 협상은 에이전트에게 맡기고 자신은 롯데가 스프링캠프로 정한 애리조나로 건너가 몸만들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이대호의 거취는 어떻게 되는 걸까. 미국에는 가는 건가, 못가는 건가. 관련 전문가들을 통해 이대호의 현실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대호의 메이저리그 진출 여부는 해를 넘겨 1월쯤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프리미어12 대표선수로 뛰던 모습.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2015 시즌 이대호는 타율 0.282 31홈런 98타점을 기록했다. 야쿠르트 스왈로즈와의 재팬시리즈서 타율 0.500 2홈런 8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시리즈 MVP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통산 성적은 570경기 타율 0.293 622안타 98홈런 348타점 242득점. 1루수 거포에 콘택트 능력까지 갖춘 데다 다양한 국제대회에서 펼친 성적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대호와 관련된 계약 진행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크리스마스 이후로 새해까지 길고 긴 연말연시 휴가를 보내기 때문에 이대호의 거취는 새해를 넘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대호가 윈터미팅까지 가서 얻은 소득이 무엇일까. 이와 관련된 인터뷰는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메이저리그 아시아 담당 스카우트, 그리고 한국인 에이전트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그들의 요청으로 기사에선 익명으로 처리한다.
먼저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인 A 씨는 이대호가 윈터미팅에 참가한 일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아시아보다는 쿠바,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등 남미 선수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아시아 선수들로는 일본 선수가 그나마 관찰 대상에 올라있는 정도이다. 이대호가 일본야구에서 MVP까지 받은 선수이지만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구미에 확 끌리는 매력적인 선수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직접 구단 관계자들을 만나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킨 이대호의 행동은 칭찬할 만하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목표와 바람을 어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서 날 알아주고, 연락해주기만을 기다리는 건 옛날 방식이다. 이대호처럼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부분이 오히려 그들에게 더 인상적일 수 있었다고 본다.”
B 스카우트는 A 해설위원과 다른 견해를 나타냈다.
“한국 선수가 미국 진출을 앞두고 윈터미팅까지 갔던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대호 선수의 장점을 어필하기 위해 선수가 직접 미국을 방문했다고는 하지만 윈터미팅 현장에서 구단 관계자를 만나는 건 극히 제한적이고,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 현장 상황이 굉장히 어수선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어느 팀 단장을 만났다고 해도 10분 정도의 미팅밖에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부분은 지극히 결과론적인데 내가 이곳(메이저리그) 사람들한테 듣는 얘기로는 이대호의 윈터미팅 방문은 긍정적인 요소보다 부정적인 부분이 더 컸다는 사실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선수와 계약할 때는 그 선수의 얼굴을 직접 보고 하는 게 아닌 수많은 자료와 비디오영상이 참고 자료가 된다. 그걸 토대로 관심을 갖게 됐을 때 선수나 해당 에이전트를 만난다. 굳이 미국까지 갔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에이전트 C 씨는 미국 현지에서 이대호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밝혔다.
“내가 듣기론 이대호가 몇몇 팀으로부터 2년 400만~500만 달러 조건의 계약을 제안받은 걸로 알고 있다(소프트뱅크에서 이대호는 연봉으로 5억 엔, 약 409만 달러의 몸값을 챙겼다). 이대호를 상대로 그 정도의 제안밖에 하지 않았다면 거의 관심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최근 미국 언론에서도 이대호에 대해 공격은 인정하지만 수비와 주루 플레이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대호가 2년 전 소프트뱅크에 입단하기 전 메이저리그 문을 노크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비슷한 이유들로 이대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했다. 지금은 수비, 주루에다 나이(33세)까지 보태지면서 오히려 2년 전보다 더 힘든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C 씨의 설명대로 클리블랜드 지역 매체인 <클리블랜드닷컴>은 “이대호가 소프트뱅크에서 타율 0.282, 31홈런, 98타점을 기록했지만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이대호를 1차원적인 선수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타격은 뛰어나지만 다른 부분에선 기대하기 어렵다는 내용이다.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거포 후배 박병호(오른쪽)는 이미 포스팅을 통해 미네소타 트윈스에 입단했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그렇다면 이대호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팀은 어디일까. 먼저 이대호에게 호감을 나타냈던 클리블랜드와 피츠버그는 일단 리스트에서 제외시켜야만 한다. 피츠버그는 최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거포 1루수인 제이슨 로저스와 계약을 맺었고, 클리블랜드는 최근 베테랑 내야수 마이크 나폴리와 1년 700만 달러에 사인을 마무리했다.
이대호의 초등학교 동창 추신수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한솥밥을 먹을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됐지만(텍사스는 좌타자들이 즐비한 터라 거포 우타자의 영입이 필연적이다) 현재 1루와 지명타자를 담당하는 프린스 필더와 미치 모어랜드의 거취가 결정되는 게 우선이다.
이대호는 현재 2년 이상의 다년 계약을 원하고 있다. 돈 욕심은 크게 없다고 해도 말도 안 되는 헐값을 받고 미국으로 건너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대호로선 이번이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미국행이 성사되도록 노력하겠지만 만약 불발된다면 소프트뱅크로 유턴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이대호는 1월 4일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한다. 친정팀인 롯데 자이언츠가 애리조나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관계로 롯데 선수들과 28일까지 개인 훈련을 할 예정이다. 일본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낸 이대호에게 따뜻한 ‘봄날’이 올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것 같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오승환은 어떻게 되나 퇴로 막힌 돌부처 오직 전진뿐 한국과 일본으로 돌아갈 수 없는 오승환에게 유일한 출구는 메이저리그다. 대안이 없는 오승환으로선 이번에 무조건 메이저리그행을 성사시켜야만 했다. 오승환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야구관계자는 기자에게 “오승환에게 관심을 나타내는 팀이 4개팀 정도 있는데 그중에서 1개 팀은 오승환의 법적 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계약을 맺고 싶어 한다”고 귀띔했다. 최근 검찰 조사를 받았던 오승환은 “도박 금액은 1000만 원 미만이었던 것 같다. 도박을 하기 위해 마카오에 간 게 아니었는데 지금 수사로 인해 큰 심적 고통을 받고 있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검찰 쪽에선 오승환에 대해 소액 도박과 상습 도박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 약식기소(벌금)할 방침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공식 발표되진 않았다. 그 관계자는 “어쩌면 이대호보다 오승환의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만큼 불펜 자원을 필요로 하는 팀들이 많고,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오승환이야말로 아직까지 괜찮은 ‘상품’이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오승환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무조건 미국에서 야구를 해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오승환의 미국행은 충분히 현실 가능한 부분이고, 실제 오승환에게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며 접촉한 팀이 있는 터라 앞으로 오승환이 어떤 법적 처벌을 받느냐에 따라 그 향방이 곧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는 말도 덧붙였다. 현재 오승환은 괌에서 개인 트레이닝을 하며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