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범은 동료들을 이끄는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 ||
이들이 항해기간 동안 힘을 합쳐 하나가 될 때 목적지에 무사히 갈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6개월간의 장기 레이스를 ‘항해’로 비유하는 프로야구도 예외는 아니다.
그 기나긴 항해에서 선장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선원들과 원활한 가교가 되고, 선장의 지시로 배의 방향을 결정하는 항해사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 팀 주장의 몫이 중요한 이유다.
특히 이들이 위력을 발휘하면 팀이 연패의 늪에 빠졌거나 팀워크가 무너지는 상황에도 수습을 잘해서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위기를 키울 수도 있다.
8개 구단 각팀의 주장은 8인 8색이라 할 만큼 각기 다른 성격의 소유자들로, 선수단을 이끄는 스타일이 제각각이다.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 선수들을 아우르는 ‘카리스마형’이 있는가 하면, 어머니처럼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현모양처(?)형’도 있다. 반면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자기 일에만 충실한 ‘은인자중형’도 눈에 띈다.
[카리스마형]
우선 카리스마형의 대표는 기아 이종범(32)과 한화 김종석(31)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같은 스타일이라고 해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 카리스마로 똘똘 뭉친 이종범은 기량이나 행동 등 모든 면에서 진정한 리더로서의 자격을 갖췄다. 선후배, 동기들이 이종범의 말 한 마디면 일사천리로 움직인다.
물론 이종범은 평소에도 후배들을 각별히 챙기며 신뢰를 쌓아간다. 때론 코치처럼, 형님처럼 테크닉의 세세한 부분까지 가르쳐주기도 하고, 이곳저곳서 후원 받은 용품들을 어려운 후배들에게 흔쾌히 나눠줘 감동을 자아내기도 한다. 한 마디로 믿고 따를 수 있는 선배로서 귀감이 되고 있다.
반면 강인권이 두산으로 트레이드되는 바람에 ‘완장’을 찬 김종석은 이종범처럼 말은 많지 않지만 특유의 흡인력과 장악력으로 선수단을 통솔한다. 조용하고 믿음직스럽다는 평을 들을 만큼 절대 우쭐대며 튀는 성격이 아니다.
▲ 안경현은 분위기 메이커형 | ||
[현모양처형]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주장을 맡고 있는 두산 안경현(32)이 전형적인 현모양처 스타일이다. 자신이 힘들고 피곤해도 다소 기량이 처지는 동료나 후배들을 찾아 따뜻하게 다독이며 격려하는 것은 그만의 특징.
그런데다 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후배 홍성흔과 함께 곧잘 농담으로 팀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굳이 말을 만들라면 ‘분위기 메이커’ 정도는 되지 않을까.
원주고-연세대를 나온 그는 지지난해까지 김인식 감독의 눈 밖에 나 고생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완장’을 차면서 신뢰를 서로 회복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끌었다.
▲ 이숭용은 실리추구형 | ||
‘은인자중형’은 특별히 오버하지 않고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착실히 하는 스타일이다. 별로 모나는 성격은 아니지만 어려울 때 적극적으로 앞장서지도 않아 때로는 비난을 사기도 한다. 현대 이숭용(31), 롯데 조경환(30), LG 서용빈(31)이 그런 경우다.
이숭용은 경기장 내에서는 나름대로 의리를 발휘하며 선수단을 적극적으로 이끌지만 그라운드 바깥으로 나가면 야구와는 전혀 담을 쌓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실리형이다. 품성이 착해서 좋아하는 선배는 될 수 있지만 믿고 따를 수 있는 스타일로 분류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
서울고 고려대를 나온 조경환은 과묵한 편이다. 연고지 출신도 아니고 성격상 화끈한 편도 아니라 ‘부산사나이’들을 휘어잡기에는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지근한 스타일로 특별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동료의 입에서 나온 얘기다.
지난 4월 전 주장 유지현의 재활이 길어짐에 따라 새 주장으로 임명된 서용빈은 ‘제 코가 석자’인 상황이라 마음은 있어도 많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마음은 굴뚝같은데 적극적으로 나서서 동료들을 챙길 여력이 없는 것.
가장 큰 문제가 4년 이상 속을 썩이고 있는 병역문제다. 이 때문에 3년간 전지훈련 캠프를 가지 못해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장애가 되고 있다. 보통 선수들이 가장 힘든 시기인 이때 동료들과 함께 해야 제대로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경선 스포츠서울 기자